'왕릉뷰 아파트' 소송 건설사 판정승..법원 "철거 이익 없어" 아파트 속속 입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 인근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건설사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 “철거해도 조망 회복 어려워”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최근 건설사 대광이엔씨(시공사 대광건영), 제이에스글로벌(시공사 금성백조) 등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문화재청 주장과 달리 해당 아파트 단지가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문화재청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토지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하고, 김포 장릉의 외곽경계로부터 200m 바깥에 위치하므로 원칙적으로 조례 조항에 따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이다.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에 포함돼 있다. 법원은 ‘왕릉뷰 아파트’ 건설로 문화재의 경관이 중대하게 해쳐졌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역사문화지역 내 건축기준 허용 지침에 따르더라도 능이나 원에 있어서는 관상이 있는지가 중요할 뿐 원거리 산 조망은 중요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피고가 제안한 방안대로 원고들이 지은 아파트 상단을 철거해도 바깥쪽 고층 아파트로 여전히 산이 가려지므로 조망이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철거로 인한 이익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했다. 공사 중단으로 원고들과 수분양자들이 입을 재산상 손해는 막대한 반면, 이 사건 처분이나 이 사건 건물을 일부라도 철거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하다는 의미다.
‘왕릉뷰 아파트’ 갈등의 발단은 이렇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이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의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경찰은 건설사들에 아파트 사업 승인을 내준 인천 서구청 등을 압수수색해 아파트 건설과 관련한 서류를 확보했다.
문화재청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건설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원에 공사 중지 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지자체 승인을 받아 적법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 중지 명령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이 건설사 손을 들어주면서 문화재청 측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왕릉뷰 아파트’ 공사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이다. 지난 5월 말부터 예미지트리플에듀(시공사 금성백조), 대광로제비앙(대광건영), 디에트르에듀포레힐(대방건설) 등 아파트 입주가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법원이 건설사 손을 들어준 만큼 문화재청이 항소하더라도 사실상 아파트 철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글 김경민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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