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다 싫어" 중도층 노린다..美제3당의 슬로건은

박형수 2022. 7.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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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무소속 정치인 수십 명이 손잡고, 미국의 견고한 양당 체제를 깨는 새로운 정치 조직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제3 정당의 창당을 선언했다.

지난 대선때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했던 앤드루 양.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과 공화당 출신 중량급 정치인을 중심으로, 다수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당적을 초월해 제3 정당인 전진당(포워드)의 창당을 예고했다. 창당에 참여한 정치단체는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도널드 트럼프 등 이전 공화당 정부에서 일한 전직 관료들이 소속된 ‘리뉴 아메리카 무브먼트(RAM)’, 민주당‧공화당·무소속 인사들이 통합 결성한 ‘서브 아메리카 무브먼트(SAM)’, 지난 대선 때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앤드루 양(47)이 지난해 창당한 신당 등 총 3곳이다.

전진당의 주요 강령은 ‘공정과 경제 번영’, ‘국민에게 더 많은 선택권, 정부에 더 큰 신뢰, 미래를 위한 더 많은 토론’ 등이다. 캐치프레이즈는 “좌, 우가 아닌 앞으로(Not Left, Not Right. Forward)”로, 양 극단으로 분열된 정치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에게 ‘선택 가능한’ 대안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오는 9월24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공식 출범한 뒤, 내년 여름 첫 전당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30개 주, 2024년 말까지 50개 주에서 유효 정당으로 등록하는 것이 목표다.

전진당의 홈페이지 캡처

민주당 대선후보, 공화당 중진 손잡아


창당 주역은 지난 대선에서 앤드루 양, 공화당 출신 전 뉴저지 주지사이자 RAM의 공동 설립자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75),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SAM 집행위원장인 데이비드 졸리(49)다.

세 사람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공동 기고문을 통해 “미국 사회는 정치적 극단주의로 갈기갈기 찢어졌고, 거대 양당은 위기 해결에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분열과 극단주의를 거부하는 대다수 미국인을 위한 통합된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 위해 공화당·민주당·무소속 의원이 함께 모였다”고 창당 목적을 밝혔다.

이들은 창당의 직접적 계기로 지난해 1월6일 발생한 미국 연방 국회의사당 난입·폭동 사건(1·6사태)을 꼽았다. 당시를 ‘미국 역사상 가중 암울했던 순간’으로 꼽으며 “양극화로 인해 미국 민주주의가 잠재적 종말에 직면에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온건하고 상식적인 다수의 미국인의 뜻을 반영한 새로운 정당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1·6사태, 트럼프…양당제 한계 느껴"


초대 공동 대표는 휘트먼 전 주지사와 앤드루 양이 맡았다. 양은 대만계 이민자 2세로, 지난 대선 경선에서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매달 1000달러(약 130만원)씩 보편적 기본소득(UBI)을 지급하자는 공약으로 주목받았다.

과감한 공약과 달리, 그는 포퓰리스트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평가된다. 늘 숫자를 앞세워 조목조목 설명하는 논리적 달변가로 TV 토론을 거듭할 때마다 인기가 급상승했다. 하지만 인기가 경선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자 중도 하차했다. 지난해 6월엔 뉴욕 시장 경선에 도전했다 자진 사퇴한 뒤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을 선언했다. 탈당 사유로 ‘양당제 한계’를 거론한 바 있다.

공화당 중진인 휘트먼은 최초이자 유일한 뉴저지의 여성 주지사 출신이다. 집안 대대로 공화당원이자, 부유한 정치 명망가 출신인 그는 지난 대선 때 “당보다 국가에 대한 책임이 우선”이라며 민주당 전당 대회에 화상으로 참여해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한 바 있다.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 [인터넷 캡처]

"美 제3 당 실험 성공한 예 없다"


로이터통신은 “신당이 미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 양당의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미국 역사상 제3당 실험이 성공한 예는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제3당이 미친 정치적 영향력은 지난 2000년 대선 때 녹색당 랄프 네이더 후보가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표를 분산해 잠식하면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의 승리에 기여한 사례 정도다. 현재도 양당 외에 녹색당·자유당·헌법당 등이 있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비당파 정치분석가 스투 로텐버그는 “제3당을 창당하는 건 쉽지만, 유권자에게 선택받는 당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탄탄한 입지는 신생 정당이 가질 수 없는 엄청난 이점”이라며 “1980년 존 앤더슨, 1992년과 1996년 로스 페로 등이 진정한 제3당 구축에 실패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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