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종목 지정 확대' 칼 뺐지만.. 불신 쌓인 개미들 "못 믿겠다"
'계륵' 비판 받던 과열 종목 현실화
개미들 "한투 사태 당국 책임" 비판
정부는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투자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크게 개선하기로 했다. 뚜렷한 효과가 없다고 지적받아온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의 기준을 현실화하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120%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당국의 공매도 관리에 오랜 불신이 쌓여 있는 상황이어서 비판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28일 합동으로 발표한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의 핵심은 과열종목 지정제도 개선이다. 이 제도는 주가하락률·공매도 거래비중 등 지표를 활용해 특정 기준을 만족하면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해 ‘계륵’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과열종목 지정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매도 거래비중이 아무리 높아도 주가 하락률이 5% 미만이거나 공매도 거래비중이 6배 이상 증가하는 경우가 아니면 과열종목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매도가 금지된 당일 주가가 아무리 폭락해도 다음 거래일에는 공매도가 재개돼 주가 하락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정부는 앞으로 공매도 거래비중이 30% 이상인 종목에 대해 과열종목 지정 기준을 강화키로 했다. 주가하락률 기준은 5%에서 3%로, 공매도 증가율은 6배에서 2배로 대폭 좁히기로 했다. 한국거래소 시뮬레이션 결과 개선된 제도가 도입되면 과열종목이 연 690건에서 785건으로 13.8%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또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공매도가 금지된 당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할 경우 공매도 금지 기간을 다음 거래일까지 자동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 개선안도 시뮬레이션 결과 과열종목 지정일수가 연 690일에서 796일로 15.4% 증가했다.
현재 140%로 묶여 있는 개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은 120%로 조정된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외국인(105%)과 달리 140% 담보비율을 적용받는다는 점에서 ‘불공정 논란’이 있었다.
정부의 이 같은 제도 개선안이 개인투자자들의 호응을 얼마나 끌어낼지는 미지수다. 공매도 제도에 대한 불신이 오랜 기간 누적된 개미들은 정부의 ‘불법 공매도와의 전쟁’ 의지를 쉽사리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관·외국인 자금이 자본시장 주축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진지하게 손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투자자 단체들이 그간 요구해온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불만이다. 개미들은 개인투자자의 담보비율을 낮추는 게 아니라 기관·외인의 담보비율을 높여 무분별한 공매도를 막아 달라고 요청해왔다. 또 사실상 무제한인 공매도 상환 기간을 개인 수준(90일)으로 제한해 달라고 했으나 당국은 “국제 관례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한국투자증권의 공매도 규정 위반 사태가 부른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막연한 의심으로 여겨졌던 불법 공매도가 하나둘씩 드러나자 비난 여론은 더 거세지고 있다. 특히 ‘당국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증권사 일탈 행위를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금융 당국이 3년3개월 동안이나 이런 행위를 방관하다가 2년이 지나서야 처벌을 내렸다는 것이다.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 사태에서 문제가 된 공매도 규모는 5조9504억원에 달했는데 과태료는 10억원에 불과했다. 그마저 20%가 감경돼 실제 납부액은 8억원으로 줄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금융범죄에 과태료만을 부과한다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증권사 봐주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매도 한시적 금지’와 대립하기 위해 ‘친(親)공매도 발언’을 이어간 여당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전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매도 제도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제도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공매도를 크게 보면 시장을 억압하는 상황은 아닌데 좀 크게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김지훈 임송수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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