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구 줄사퇴, 충남은 버티기..기관장 행보 갈렸다

김윤호, 신진호 2022. 7. 2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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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제주연구원에서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최충일 기자

공공기관장 줄 사퇴
6·1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이 대거 교체됨에 따라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장 거취 문제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힌 곳이 있는가 하면 "못 나가겠다"며 버티는 곳도 상당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공기관을 18개에서 11개로 통폐합하기로 하고, 대구시가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 산하 공공 기관장들이 잇따라 물러나겠다고 했다. 6개 기관을 1개의 기관으로 묶는 문화예술 분야에선 대구문화재단 이승익 대표, 대구오페라하우스 박인건 대표, 대구관광재단 박상철 대표 등 3명이 공동 의견문을 내고 사퇴 의사를 전했다. 이들은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이 추진하는 개혁정책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남은 임기와 무관하게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이 공개한 소견문. 중앙포토(본인 제공)

임기 시작 석 달 된 '신입' 기관장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보였다. 정명섭 대구도시공사 사장은 지난 7일 "오랜 고민 끝에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용퇴를 하고자 한다”고 했다.


"몽니 부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최근 대구시로부터 사직원을 제출해달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스스로 조직개편을 인정하는 사직원 제출은 음악인 양심상 허락지 않아 거부하지만 (내 의사와 상관없이)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결국 대구시가 면직 절차를 진행하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권영진 전 시장 때 취임했다.

홍 시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원래 양심적인 공직자라면 의례 그렇게 해야 하는데 임명권자가 바뀌었음에도 임기를 내세워 비양심적인 몽니를 부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대전에서는 최근 ‘빅4’로 불리는 공기업 4곳 가운데 3명이 줄사표를 냈다. 김경철 대전교통공사 사장과 고경곤 대전관광공사 사장은 지난달 22일과 24일 각각 사직서를 냈다. 김경철 사장은 올해 9월 30일, 고경곤 사장은 내년 12월 5일까지 임기가 남아 있었다.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도 임기를 1년 2개월가량 남겨두고 지난 5일 사직서를 냈다. 이들은 모두 허태정 전 시장 때 자리에 오른 기관장들이다.


새 단체장과 힘겨루기 양상


김태흠 충남도지사. 사진 충남도
전임 때 취임한 일부 기관장의 '버티기'를 새 단체장이 지적하면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는 곳도 있다.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지사는 전임 양승조(더불어민주당) 지사가 임명한 산하 공공기관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당선인 시절부터 ‘자진 사퇴’를 강조해온 김 지사는 이미 산하기관에 대한 경영평가와 감사를 주문한 상태다. 김 지사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적으로) 산하기관장은 도지사와 임기를 같이 해야 한다”며 “김태흠이 임명한 산하기관장은 (내가) 물러날 때 다 같이 떠날 것”이라고 했다. ‘알아서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모든 기관장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경영평가와 감사를 통해 기관장 능력을 판단하겠다는 취지”라며 “캠프에 있었다고 해서 관련 분야 전문가도 아닌데 기관장으로 임명했고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남도 산하 공기업과 출연·출자기관 등 공공기관은 24곳이다. 기관장 24명 모두 전임 양승조 지사가 임명했다. 이들은 대부분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를 채우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연합뉴스


민주당 최문순 도지사에서 국민의힘 김진태 지사로 교체된 강원도는 산하 출자·출연기관과 공기업 등 27곳 중 개발공사 사장만 지난달 사퇴했다. 민주당 송철호 시장에서 국민의힘 김두겸 시장으로 바뀐 울산시 역시 일부 기관장이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고 말해,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울산은 13개 산하 기관장 중 9명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

반면 단체장 당적이 바뀌자 스스로 사퇴하겠다고 나선 기관장도 있다.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면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 임기가 1년여가 남았다. 김 원장은 "새 도지사 취임에 발맞춰 새 원장이 일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나름대로 질서 있는 퇴진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 원장은 전임 원희룡 지사가 임명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오영훈 제주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단체장과 공공기관장 임기 맞춰야"


이장우 대전시장이 민선8기 첫 현장시장실로 혹서기 취약지역인 대전 동구지역의 경로당과 쪽방촌을 방문해 폭염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충남대 최진혁 도시자치융합학과 교수는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장 등 정무직 공무원은 선거로 들어온 단체장과 뜻을 같이해서 임기를 맞추는 게 인사 갈등 등 각종 잡음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갈등 구조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정교하게 검토해 지방공무원법 등 상위법에 공공기관장 임기에 대해 명시하는 게 바르다고 본다"고 의견을 전했다.

지난 22일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대구시가 발의한 정무직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단체장 임기와 일치시키는 특별조례안을 제정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던 불필요한 (공공기관장 등 산하 기관의) 인사 갈등 해소가 조례 제정의 목적이다.

대구·대전=김윤호·신진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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