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스스로 진화하는 생명체" 가이아 이론 만든 러브록 별세

강찬수 2022. 7. 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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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 이론’을 창시한 영국의 환경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27일 10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2009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지구를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체로 파악하는 ‘가이아 이론’을 창시한 영국의 환경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27일(현지 시각) 103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가이아: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가이아의 복수』 등의 저자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학자다.

러브록은 1970년대 미국의 여성 미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가 함께 가이아 이론을 내놓았다. 지구를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해나가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보는 이론이다. 수많은 동·식물과 미생물들이 지구의 바다·흙·공기를 변화시켜 자신들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환경으로 만들고, 변화된 지구 환경이 다시 생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식으로 지구와 생물이 함께 진화해 나간다는 내용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숭배하던 ‘대지의 여신’ 이름에서 따온 ‘가이아(Gaia)’는 러브록의 이웃이었던 소설가 윌리엄 골딩이 제안한 명칭이다. 골딩은 『파리대왕』을 쓴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지구

1919년 7월 26일 런던에서 태어난 러브록은 영국과 미국에서 화학·의학·생물물리학을 공부했다. 1960년대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화성의 생명을 찾기 위한 실험에 참여하던 중 화성·금성·지구의 대기가 너무도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현재의 지구 대기 중의 산소 농도는 21%를 유지하고 있다. 러브록과 마굴리스는 대기 중의 산소량이 한계 수준을 넘어 증가하면 일종의 경보 체제가 가동돼 미생물들이 메탄의 생산을 늘린다고 믿었다. 그 결과 증가한 메탄이 대기로 퍼져 나가 산소를 희석해 안정 상태를 만든다는 것이다. 가이아 이론에는 지구의 생물들은 대기 성분뿐만 아니라 바닷물의 염분 농도, 지표면의 온도도 생물이 살아가기 적당한 조건으로 바꿨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가이아 이론은 인류가 지구환경의 파괴자라는 비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러브록이 처음 가이아 이론을 발표했을 때 학자들은 ‘비과학적’이라며 무시했지만, 지구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가이아 이론에 포함된 은유적인 의미가 사람들을 사로잡게 됐다. 하지만 러브록은 원자력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을 펴 반핵을 내세우는 환경운동가들과 멀어지기도 했다.

러브록은 6개월 전 낙상으로 건강이 악화하기 전까지는 영국 도싯에 있는 집 근처 해안을 따라 걷기도 하고 인터뷰에 나설 수도 있었지만, 103세 생일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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