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절제·다리털 여성..모두 해변으로" 스페인 캠페인 논란 왜
스페인 정부의 여름 캠페인이 예산 낭비와 남성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27일(현지시간) BBC·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양성평등부는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성 5명이 담긴 포스터를 공개했다. 슬로건은 ‘여름은 우리의 것’이다.
유방 절제술을 받은 여성, 허벅지에 셀룰라이트가 있는 여성, 다리·겨드랑이에 털이 있는 여성 등이 등장한다. 인종과 연령도 다양하다.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은 SNS에 해당 포스터와 함께 "모든 여성은 죄책감이나 수치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면서 "여름은 모두를 위한 것이고, 모든 여성의 몸은 해변에 유효하다"고 적었다. 여성들은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여름 휴가 기간 해변을 찾아 즐겨야 한다는 의미다.
이 캠페인을 제안한 양성평등부 산하 여성연구소의 안토니아 모리야스 소장은 "신체가 어떠해야 한다는 기대는 여성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부정하는 결과도 낳는다"면서 "이번 캠페인으로 여성들이 고정관념 없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여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오네 벨라라 사회권리부 장관, 앙헬라 로드리게스 팜 양성평등부 차관 등 여성 인사들은 이 캠페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로드리게스는 "해변에 갈 때 어떤 승인이 필요하지 않지만, 평범하지 않는 몸매가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지 못했다"면서 캠페인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 캠페인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많았다. 스페인 좌파 연합을 이끌었던 정치인 카요 라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면서 "터무니 없는 캠페인"이라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여성연구소의 올해 예산(약 2000만 유로·266억 원)을 언급하며 "다른 중요한 문제도 많은데, 이런 포스터 제작에 우리 세금을 쓰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의 몸매만 거론한 것이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표준 몸매를 가진 남성도 해변에 가길 꺼리는데 포스터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배가 나온 남성의 사진을 올리면서 "우리는 여름을 즐길 수 있나요? 아니면 뚱뚱한 여성만이 즐길 수 있나요?"라고 비꼬았다. 스페인 매체 엘에스파뇰은 이 캠페인을 주도한 양성평등부의 이레네 장관을 조롱하는 '고맙다이레네' 해시태그가 SNS에 도배됐다고 전했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스페인 해변 포스터 논란을 전하며 "지난 2015년 영국 런던에서 논란이 됐던 ‘비치바디’ 광고가 연상된다"고 했다. 당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 사진 옆에 "해변의 몸매가 준비됐느냐?(beach body ready?)’"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단백질 보충제 광고가 런던 지하철역 등에 게재됐다. 그러나 이 여성의 몸매가 이상적인 것처럼 홍보해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는 이유로 퇴출 서명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고, 결국 광고가 금지됐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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