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40줄' 노쇼당해 울었던 사장님..놀라운 일 벌어졌다
한 남성이 서울의 소형 식당을 돌아다니며 김밥을 40인분을 주문하고 사라지는 등 ‘상습 노쇼’ 행각을 벌여 경찰이 추적에 나선 가운데, 피해를 본 김밥집에 오히려 더 많은 손님이 몰려 이른바 ‘돈쭐’을 내주고 있다는 훈훈한 사연이 알려졌다.
28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남성 B씨가 김밥 40줄을 포장해 달라고 한 뒤 약속 시각에 나타나지도 않고 입금해준다던 돈도 보내지 않아 망연자실해야 했다. 코로나19 시국, 간만에 들어온 대량 주문이라 신나게 김밥을 만들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연이 알려진 뒤로 A씨는 뜻밖에 ‘돈쭐’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고 한다. 단골들이 일부러 들러서 음식을 먹고 가고, 응원도 해 주고 간다는 것이다.
A씨는 “그냥 응원이 아니라, 쫄면 한 그릇, 김밥 한 줄이라도 더 주문해 준다. 단골들이 일부러 들러서 응원도 해주고 같이 욕도 해 줘서 속이 다 시원하다”며 웃어 보였다.
특히 지난 27일에는 강동경찰서 112상황실의 지인을 통해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관내의 한 패션 회사에서 찾아와, 김밥 200줄을 주문하기도 했다.
A씨는 “혼자 운영하는 곳이라 1시간에 40줄밖에 말지 못하는데 200줄이나 말면 더운 날씨에 먼저 만든 김밥이 상할까 봐, 100줄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패션 회사는 대량 주문을 하면서, 김밥을 찾아가기로 한 날짜보다 하루 앞서 먼저 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이 많아 보통 한 달 단위로 주문하고 월말에 계산하고는 했는데, 이번만큼은 전날 결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패션 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김밥집 사장님이 불안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재료를 구매하기 전에 결제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B씨는 A씨의 김밥집 외에도 꽃집, 카페, 중국 음식점 등 강동구의 소형 음식점들을 돌아다니며 허위로 대량 주문을 한 뒤 사라지는 ‘상습 노쇼’ 행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다른 사람의 연락처를 자신의 연락처인 것처럼 거짓으로 남겨 놓기도 했다.
경찰은 B씨가 주로 서울 강동구 지역을 돌아다니며 허위 주문을 한 것으로 보고, B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아직 B씨는 붙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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