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그룹이 이재명 대항마됐다..박용진·강훈식 "단일화 논의"
박용진·이재명·강훈식 의원(기호 순)이 28일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결과 차기 당 대표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예비경선에서 당 중앙위원회 선거인단 투표 7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전체 8명의 후보 중 3명을 추린 결과다. 순위와 득표 수는 당 규정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써 한달 뒤 치러지는 8·28 전당대회의 당권 경쟁은 ‘이재명 대 97그룹’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 속에서 이 의원 외에 나머지 본선 진출자 두 명이 누가 될 지가 예비경선의 최대 관심사였다.
개표 결과 ‘97그룹’(70년대생, 90년대 학번)의 박 의원과 강 의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당 내에선 “세대교체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두 의원은 이날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본선에서의 치열한 대결을 예고했다.
이재명 의원은 예비경선 투표 전 정견발표에서 첫번째 발표자로 나서 “지난 대선 패배, 그에 이은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나 이재명에게 있다. 무한책임을 져야 함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예비경선 기간 당내에서 제기된 이 의원에 대한 ‘선거 패배 책임론’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이 의원은 이어 “책임을 지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길고 깊은 고민 끝에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 책임지기로 했다”며 자신의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이 의원은 정견발표를 “이기는 민주당,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로 끝맺었다.
박 의원과 강 의원은 같은 97그룹이지만 정견발표의 방점은 달랐다. 예비경선 기간에도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하며 견제구를 날렸던 박 의원는 “‘어대명’의 유일한 대항마 박용진을 전략적으로 선택해달라”고 밝혔다. 반면 강 의원은 세대 교체를 강조하며 “(당의) 페이지를 다음 장으로 넘길 세대연결 리더가 필요하다”며 “당이 위기인만큼 익숙한 대세가 아니라 ‘파격을 통한 승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향후 본선의 최대 분수령은 ‘박용진·강훈식 단일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원은 결과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에 시종일관 열려있었고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강 의원과 단일화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함께 스크럼을 짜서 전당대회에서 대이변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도 “원칙적으로 컷 오프(예비경선) 이후 단일화를 논의하자고 했으니 저도 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확인된 점은 민주당의 전통 세력의 퇴조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민주당의 대표 세력이었던 동교동계의 막내 설훈 의원은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DJ가 영입했고, 이번에 일부 SK(정세균 전 국무총리)계의 지원를 받았다는 김민석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계로 분류되는 강병원 의원도 탈락했다.
최고위원 도전을 선언한 17명의 후보 중 예비경선을 통과한 8명은 장경태·박찬대·고영인·서영교·고민정·정청래·송갑석·윤영찬 의원이다.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찬대·서영교·장경태·정청래 의원은 최종 후보 자리에 안착했다. 그러나 ‘친명’으로 분류되면서 당내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양이원영 의원은 탈락했다. ‘친문’ 후보인 고민정·윤영찬 의원은 모두 컷 오프를 통과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은 8·28 전당대회까지 남은 31일간 투표권을 가진 민주당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전력 질주하게 된다. 본선에서 게임의 법칙은 달라진다. 대의원 현장투표 30%와 권리당원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25%, 일반 당원 여론조사 5%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 5명을 뽑는다.
윤성민·윤지원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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