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vs 윤핵관 싸움 커질때..尹, 권성동에 "곤욕 치렀죠"

최민지 2022. 7. 2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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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이철규 의원. 연합뉴스


싸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표현한 텔레그램 메시지 후폭풍이 국민의힘 내부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 8일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잠잠하던 이 대표 측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측의 갈등이 재점화했다.

윤핵관 공부 모임으로 불리는 ‘민들레’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니?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仰天大笑·어이가 없어서 크게 웃는다)할 일”이라고 적었다.

이준석 대표가 전날 페이스북에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며 양두구육 사자성어를 빌어 윤핵관 그룹을 비판한 걸 되받은 것이다.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 역시 이 대표를 직격한 표현이다. 이 대표가 대표직에 선출되기 전인 지난해 3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어떡할 거냐’는 물음에 “지구를 떠야지”라고 답한 걸 꼬집은 것이다.

이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여의도를 ‘개들이 득실거리는 곳’으로 비유했다”며 “선량하게 의정 활동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욕한 것에 반박한 것”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태 여의도 문화에 더 적합한 사람은 이준석 대표다. (이 대표가) 11년 동안 정치하면서 보여준 모습이 바로 양두구육의 모습”이라며 “왜 끊임없이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하느냐”고 반격했다.

이 대표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오늘(28일)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더 국민이 알게 될 것 같다”며 “(이 의원이) 그간 고생했는데 덜 유명해서 조급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나 장제원 의원에 비해 유명세가 덜한 이 의원을 비틀어 꼬집은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6일 윤 대통령이 권 대행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잇따라 발신하고 있다.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가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이 대표가 오해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하자 곧바로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받아쳤던 이 대표는 이날 “4·15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민경욱 전 의원이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을 기각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다시 강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게재한 뒤 “돈벌이에 미쳐서 오히려 진실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 내부총질을 했던 유튜버들에 현혹되었던 많은 분들이 이제 이성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썼다. 자신이 아닌 보수 유튜버들이 ‘내부 총질’의 주체라고 지적하며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와 가까운 여권 인사들의 공격도 이날 이어졌다. 하태경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내부 총질’ 문자 노출로 인해) 정치적으로만 보면 이준석 대표 경찰 수사도 조금 문제가 있는 구석이 있으면 ‘압력이 있었다’고 하기 딱 좋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인 천하람 변호사도 “(이 대표 징계에) 뭔가 윤핵관들의 힘이 작용했고, 대통령이 그걸 만류하지는 않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계속 들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 주변에서 이처럼 이 대표 징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날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도 논쟁에 가세했다. 윤리위는 입장문을 통해 “‘조폭 같다’ ‘당권 쿠데타 세력’ ‘극렬 유튜브 농간에 넘어갔다’ ‘쳐낸다는 소문이 돌았다’ 등의 조악한 언어로 윤리위 결정을 평가하는 것은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을 넘어 윤리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등의 윤리위 비판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윤리위는 그러면서 “소문과 억측으로 (윤리위 징계를) 윤 대통령을 비롯해 소위 윤핵관과 연계시키는 악의적 정치적 프레임 씌우기는 반드시 청산돼야 할 구태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갈등이 확산하자 혁신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당내 온건 그룹에 속하는 3선의 조해진 의원도 이날 이 대표를 향해 “자중자애 해야 한다”는 내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조 의원은 “이 대표가 당에 도움이 되는지, 부담이 되는지 헷갈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복귀해도 식물 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텔레그램 메시지 노출 사태 이후 처음으로 권 대행은 이날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다. 이날 성남공항에서 울산공항을 왕복하는 대통령 전용기에는 권 대행과 박형수 원내대변인, 울산을 지역구로 둔 김기현·박성민 의원 등이 탑승했다. 윤 대통령은 기내에서 이들과 티타임을 갖고 “앞으로도 당과 정부가 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지난 26일 노출됐던 “우리 당도 잘 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텔레그램 메시지와 같은 기조였다.

윤 대통령은 또한 의원들에게 “권 대행이 문자 유출 보도로 곤욕을 치렀다”며 권 대행을 위로하는 말도 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먼저 "이틀인가, 며칠인가, 고생했다"라며 운을 떼자 권 대행이 가벼운 목례로 화답했다고 한다. 이에 다른 참석자가 “고생 좀 더 해야할 것”이라며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한 의원은 “텔레그램 메시지 공개 이후에도 윤 대통령과 권 대행 사이의 분위기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두 사람의 대화 분위기도 좋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 지도 체제를 둘러싼 이견은 물밑에서 여전히 감지되고 있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권 대행이 물러나는 게 맞다”며 “원내대표 시절 민주당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합의할 때부터 권 대행의 리더십엔 금이 갔다”고 비판했다.

친윤계 재선 의원도 “지금 권 대행에 대해 비판이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는 건 의원들이 스스로 거취를 판단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며 “권 대행을 비롯한 지도부가 모두 물러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맞다”고 주장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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