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법카 의혹 참고인 사망..경찰 "중요 인물 아닌데" 당혹

최모란 2022. 7. 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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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내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 사건과 관련된 네 번째 죽음이다. 경찰은 이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수많은 참고인 중 한 명’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4월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관들이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김혜경 법인카드 의혹 참고인 조사…극단적 선택 추정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숨진 A씨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소견을 전달받았다고 28일 밝혔다.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질식사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의 몸에서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6일 낮 12시 20분쯤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와 연락이 닿질 않는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가 시신을 확인했다. 회사원인 A씨는 혼자 살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경찰은 약물 검사 등 정밀 부검 결과와 수사 내용 등을 종합해 A씨의 사망 원인을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수원남부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A씨는 김씨 법인카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배씨 지인으로 파악됐다. 배씨는 이 의원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일했던 김씨의 최측근이다.
김씨는 사적 심부름에 공무원을 동원하고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도청 비서실 7급 공무원이었던 공익제보자 B씨는 배씨의 지시로 김씨에게 음식을 배달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배씨의 채용과정과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의원과 김씨, 배씨 등 3명을 직권남용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 4월 경기도청과 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5월엔 법인카드가 사적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음식점 129곳을 압수수색했다. 배씨는 현재 출국 금지 조치된 상태다. 그러나 경찰 소환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문제없는데” 당혹…국힘 “소름 끼치는 우연”


A씨는 법인카드 의혹 관련으로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한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 의원 부부가 아닌 배씨 관련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김씨의 법인카드 의혹에 대한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이 사건과 관련된 수많은 참고인 중 한 명이었을 뿐 중요 인물은 아니었다”며 “A씨가 갑자기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전혀 없고, 지난 조사 외에 추가로 소환할 계획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 사망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A씨의 사망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남부경찰서도 A씨가 김씨 법인카드 의혹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이재명 의원과 아내 김혜경씨. 뉴스1


국민의힘은 진상규명을 주장하며 이 의원과 민주당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의원 의혹과 관련한 죽음이 벌써 네 번째”라며 “정치를 계속하고 싶다면 의혹부터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도저히 우연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마치 저승사자라도 보는 듯한 오싹함마저 느끼게 된다”며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 의원과 그의 가족 고발 사건과 관련해 안타까운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 수사기관과 교정 당국은 사건 핵심 피의자와 참고인들의 신변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고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지난해 말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월엔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제보자 이모씨가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이씨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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