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외환시장 선진화, 세계국채지수 편입 노력"..효과는

조현숙 2022. 7. 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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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가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다.

앞서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5%로 올렸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았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연 2.25%)보다 미국 금리가 높아졌다.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 만의 한ㆍ미 금리 역전이다.

추 부총리는 “이번 미국 Fed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장 분위기도 추 부총리 말과 맞아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하루 전보다 17.2원 오른 1296.1원에 마감했다. 15거래일 만에 1300원대에서 벗어났다. 코스피도 전일 대비 19.74포인트(0.82%) 오른 2435.27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안도하긴 아직 이르다. 한ㆍ미 금리 역전이란 이례적 상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시사했지만, 당장 그러겠다는 얘긴 아니다. 9월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자금 잔액(대외채무)은 6541억 달러다. 한화로 약 85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만기 1년 이하인 단기 외채는 1749억 달러다. 전체 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7%다. 최근 10년 평균(28.7%)과 비교하면 아직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돈은 반대다. 낮은 곳(저금리)에서 높은 곳(고금리)으로 움직인다. 세계 1위 경제 대국에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보유한 미국이 ‘몸값(금리)’까지 더 쳐준다는데 마다할 자본은 없다. 국내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감도는 이유다. 추 부총리가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세계국채지수 편입 ‘카드’를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로 외환ㆍ채권이 보다 원활하게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우선 기재부는 ▶자본거래 사전 신고제 완화 ▶거래 절차 단순화 ▶금융업권에 따른 규제 차별 폐기 등 내용으로 신(新)외환법 제정에 나설 예정이다. 외환 거래 시간 연장, 역외 외환시장 설립 등도 논의되고 있다. 모두 국내 외환시장으로 자금이 더 쉽게 들어오도록 문턱을 낮추는 방안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추 부총리가 강조한 세계국채지수 편입도 비슷한 취지다. 대상이 채권시장이란 점이 차이다. 이 지수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산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 그룹이 관리한다. 전 세계 투자기관이 국채를 사들일 때 지표(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여기에 새로 편입되면 선진 채권 투자 자금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국채지수는 현재 미국ㆍ중국ㆍ일본ㆍ영국ㆍ독일 등 23개국 국채를 포괄한다. 지난해 기준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 가운데 이 지수에 포함돼 있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한국이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건 세금 제도 영향이 크다. 지수에 편입된 다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채권 이자 소득과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고 있어서다.

기재부는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공식화하면서, 이에 맞춰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도 추진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비거주자나 외국 법인이 보유하는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에 대한 이자와 양도소득을 비과세하는 방안을 포함해 외국인들의 국채시장에 대한 투자 유인도 강화했다”고 전했다.

물론 투자 장벽을 낮춘다고 해서 자금 유입이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외국인 자금 성격 때문이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 선진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대(大)긴축’ 시대에 접어든 만큼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방어 효과가 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추 부총리는 “금융시장이 펀더멘털을 넘어 과도한 쏠림 현상을 보일 경우 과거 금융위기 시 활용했던 금융부문 시장안정 조치들을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현 상황에서의 유효성과 발동 기준, 개선 필요성 등을 재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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