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스텝 두번 한 Fed..2분기 역성장에 속도조절론 부상할 듯

김연주 2022. 7. 28. 17: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에 이어 7월에도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번 인상은 물가는 고공행진하고 경기는 둔화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물가 억제엔 도움이 되지만, 경기엔 부정적 영향을 준다. 더욱이 미국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단 우려도 Fed의 통화정책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수 있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 놓인 Fed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파월, 3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열어둬


27일(현지시간)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5월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6월과 7월 연속으로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한 파격적인 조치다. 6월 당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은 1994년 이후 28년 만이었다. 이날 인상으로 미국의 정책금리는 2.25~2.5%로 올라섰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상 결정 후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은 대단히 튼튼하고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다"며 "이러한 배경에서 FOMC는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다.

3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에서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금과 그때 사이에 얻을 데이터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시장은 '속도조절' 발언에 집중


하지만 시장이 주목한 건 곧바로 이어진 파월 의장의 '속도조절' 발언이었다. 파월 의장은 "나중에 우리의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평가하는 동안에는 금리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 후 뉴욕 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상승 폭을 확대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4.06% 폭등했다.

7월이 마지막 ‘슈퍼 긴축’이 될지에 대한 시장의 해석은 분분한 상황이다. Fed가 풀어나가야 할 고차방정식의 답이 명확히 보이지 않아서다. 정점을 보길 기대했던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9.1%를 기록하며 40년래 최고 수준이다.

반면 FOMC 다음날 발표된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9% 감소했다. 당초 다수의 투자은행을 비롯해 시장은 플러스 성장을 예상했다. 미국 경제는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하며 사실상 '기술적 경기침체'에 들어섰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번 성장률 발표는 Fed를 빠른 긴축에서 한 발짝 떨어뜨려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긴축 강도가 지나치면 경제를 경착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기술적 침체에 들어갔다고 해서 Fed가 침체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경기가 침체는 아니더라도 둔화는 분명해졌으므로 파월이 말한 '속도조절'이 힘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Fed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Fed는 기존과 달리 차기 회의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사전 안내)’를 내놓지 않았다. 이날 파월 의장은 "중립 금리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제공했던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지 않고 회의별(meeting-by-meeting)로 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사전 안내 없이 경제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금리 인상 폭을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금리를 결정하는 FOMC는 올해 9월, 11월, 12월 세 차례 남았다. 이번 인상으로 6월 Fed가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5%라는 중립 금리(경제를 부양 혹은 억제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 수준에 도달하게 된 만큼 시장의 관심사는 당장 9월부터 빅스텝(0.5% 포인트)으로 기조 전환이 이뤄질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9월 자이언트스텝 vs 빅스텝 시장 의견 갈려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은 갈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날 회견 후 "미국이 하반기 경기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Fed가 9월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모건 스탠리도 “9월 FOMC에서 0.75%포인트보다는 0.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다”며 “올해 말 정책금리 수준을 3.5~3.75%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티그룹은 “근원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해 시장 예상을 웃도는 0.75%포인트 인상(9월)이 가능하고, 정책금리는 올해 말까지 4%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터’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한 만큼 9월 FOMC 전에 나올 경제 지표가 중요해졌다. 다음 FOMC는 9월 20~21일이다. 이 사이에 미국의 7월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고용보고서도 8월 5일(7월분)과 9월 2일(8월분) 두 차례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Fed의 공격적 긴축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며 금융 시장이 안도감을 가질 수 있겠다. 다만 9월 들어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시 불안정해지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