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백 유해성분 자료 받았지만, 발암물질인지 몰랐다는 스벅
스타벅스코리아(스타벅스)가 고객 증정품인 ‘서머 캐리백’에서 유해 화학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논란에 대해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과했다. 스타벅스는 28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수많은 고객분에게 큰 우려와 실망을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폼알데하이드 검출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22일 국가전문 공인시험 기관에 의뢰해 ▶개봉하기 전 캐리백 샘플 5종 6개(블랙·핑크·레드·크림 각 1개, 그린 2개)와 ▶개봉하고 난 뒤 2개월이 지난 캐리백 4종 5개(핑크·레드·크림 각 1개, 그린 2개)에 대한 시험을 진행했다.
개봉 전 수치 500mg/kg 육박
그 결과 개봉 전 제품의 표면에선 ㎏당 284~585㎎(평균 459㎎), 안쪽에선 ㎏당 29.8~724㎎(평균 244㎎)의 폼알데하이드 수치가 검출됐다. 개봉 후 2개월이 지난 제품의 경우 표면에선 ㎏당 106~559㎎(평균 271㎎)으로 다소 수치가 떨어졌으며 안쪽에선 검출이 되지 않거나 ㎏당 23.3㎎ 정도의 수치를 기록했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가정용 섬유제품에 대한 폼알데하이드 안전 기준치는 속옷 등 내의류, 중의류(티셔츠·바지 등)가 ㎏당 75㎎ 이하, 외의류(재킷 등 외투)와 침구류가 ㎏당 300㎎ 이하 등이다. 겉에 입는 외투를 기준으로 볼 때 개봉 전 스타벅스 캐리백은 안전 기준치를 초과한다.
다만 현행법상 유아나 아동용 제품이 아닌 가방·쿠션·방석·커튼 등은 기타 제품류라 하여 유해물질 안전요건 적용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가방으로 분류되는 캐리백의 경우 만 14세 이상 사용 권장 제품이라 폼알데하이드 안전기준 자체가 없어 얼마가 검출되든 법적으로 처벌하거나 회수할 근거가 없다.
“유해물질 자료 받고도 인지 못 해”
폼알데하이드 검출 사실을 미리 알고도 가방을 증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 말 ‘제품에서 오징어 같은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자 제조사에 문의했고, 제조사로부터 폼알데하이드가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스타벅스는 “당시 냄새의 원인에 집중하느라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이달 초 한 블로그에서 캐리백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다는 주장이 있었을 때 제조사에 사실 확인을 요청해 테스트 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후 시험 결과를 교차 확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샘플을 수집해 지난 22일 국가공인기관에 직접 검출을 의뢰해 최종 결과를 받았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이와 관련 “당사의 캐리백과 관련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던 점 때문에 시험 결과 수치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시일이 지체된 점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음료 쿠폰에 새 제품 제공
스타벅스는 이번 논란과 관련한 보상책도 내놨다. 우선 서머 캐리백을 받은 고객에게 같은 수량으로 새롭게 제작한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는 다음 달 말까지 제공하는 음료 쿠폰 3장과는 별개로 제공되며, 생산 일정으로 인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새로 증정할 대체품의 종류는 미정”이라며 “캐리백과 비슷한 가치를 갖는 동급의 물건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고객이 새로운 제품을 원치 않을 경우 기존에 수령한 캐리백과 같은 수량으로 ‘스타벅스 리워드 카드’ 3만원을 온라인상으로 일괄 적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 카드를 등록하지 않은 웹 회원에게는 문자메시지로 스타벅스 e-카드 3만원권을 발송할 예정이다.
“환경·건강인지 감수성 높여야” 지적
앞서 지난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자신을 FITI시험연구원(옛 한국원사직물시험연구원) 직원이라고 밝힌 이용자가 “(서머 캐리백에 대한) 시험을 했고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확산했다. 폼알데하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제1군 발암물질로, 일반인에겐 ‘새집 증후군’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서머 캐리백은 일종의 여행가방으로, 스타벅스가 올여름에 진행한 사은 행사 증정품 중 하나다. 스타벅스가 지정한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해 17잔의 음료를 구매한 고객에게 증정했는데, 역대 스타벅스 증정품의 인기가 워낙 높아 이번에도 가방을 타기위해 음료를 마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유해물질 검출 의혹이 일자 소비자들은 “여행가방인 만큼 어른이나 아이옷을 넣을 수도 있고, 피부에 닿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당장은 아무렇지 않더라도 사용 기간에 따라 나중에 건강에 나쁜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된다”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모든 섬유제품에 대한 유해물질 안전 기준치가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위법이 아니라 해도 스타벅스가 지향해온 품격있는 종합 커피 문화와 폼알데하이드가 어울리지 않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며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에 증정품에 대한 검수도 더 책임감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논란은 소비자가 스타벅스에 대해 가지는 기준과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법적인 책임 여부만 따질 것이 아니라 환경 인식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보상도 관대한 게 향후 기업의 이미지에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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