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훔쳐보는 시대.. 젠더 갈등 속 대리만족?
연애 프로그램의 인기는 올해도 뜨겁다. 최근 ‘남의 연애’와 ‘환승 연애2’ 등 연애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환승연애 시즌 2’ 공개 이후 주말 티빙 유료 가입자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첫 번째로 이 프로그램을 시청했으며, 웨이브 오리지널 채널인 ‘남의 연애’는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견인 1위를 차지했다. 엠브레인 트렌디모니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연애 프로그램이 이토록 큰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리만족 넘어 이젠 연애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
연애를 다룬 프로그램은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경성대 심리학과 임낭연 교수는 “인간이 후손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행위가 바로 연애와 사랑”이라며 “이러한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람이 연애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심리다”고 말했다. 연애 프로그램은 다른 사람의 연애에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해 이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연애가 어려워진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 연애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진 데에 반해 기대를 충족시켜줄 사람이 많지 않고, 젠더갈등 등으로 연애하기 어려워진 분위기가 만연해져서다. 성균관대 심리학과 구정우 교수는 “과거엔 연애가 단순한 일차방정식이었다면 지금은 고차방정식이다”며 “연애가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 만큼 이제는 연애도 연애 프로그램 시청 등을 통해 공부할 수밖에 없는 시대다”고 말했다. 연애가 어려운 건 프로그램 출연진도 마찬가지다. 연애 프로그램 출연진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모습에 공감하게 된다. 구정우 교수는 “남들 다 하는 연애인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지’하는 생각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출연진의 모습을 보며 ‘다들 연애하는 게 힘들구나’라고 느끼게 된다”며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어려운 연애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레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애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고자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경우도 있다. 연애하고 있지 않거나 연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임낭연 교수는 “N포세대 등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사랑을 사치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도 연애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마치 맛집 탐방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대리만족을 하는 것처럼 설레는 감정을 경험하고자 연애 프로그램 시청으로 연애 욕구를 대리적으로 채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연애 프로그램 시청으로 연애 기대 낮아질 수 있어
연애 프로그램 시청은 일종의 ‘자기 평가’가 될 수 있다.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출연자와 나 자신을 비교하는 행위가 일어날 수 있어서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트 시그널> 시청이 연애 만족/기대에 미치는 영향’ 국내 연구논문에 따르면 연애 중인 사람의 경우 ‘하트 시그널’을 많이 시청할수록 연애만족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있다. 반면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연애기대가 낮아졌다. 이같이 연애 유무별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사회비교 행위에 있다. 사회비교란 자신의 태도 등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임낭연 교수는 “시청 중 사회비교를 하게 되면서 하향비교(나보다 상대방이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를 하게 되기 때문에 연애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며 “반대로 연애 중이 아닌 사람은 선남선녀인 출연진의 모습을 보고 자신과 비교하면서 ‘저 정도는 돼야 연애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몰입, 의존보단 ‘거리두기’ 시청 필요
따라서 전문가들은 거리를 두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연애 프로그램이 방영될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구정우 교수는 “시청률 상승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자극적으로 편집해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연애 프로그램에 과몰입하기보단 연애 프로그램 속 연애와 자신의 연애를 별개로 생각하고, 실제 연인관계를 경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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