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원격수업 권고에 맞벌이 학부모 '철렁'..학원 반발 이어져
경기도 고양시에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 김모(46)씨는 교육부가 학원에 원격 수업 전환을 권고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학 중 돌봄교실에 탈락해 태권도, 피아노, 영어 학원을 매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곳이라도 원격으로 전환하게 되면 이동 시간을 고려해 짜놓은 학원 스케줄이 어그러진다. 김씨는 "돌봄 교실에도 못 보내는데 학원까지 원격으로 전환되면 큰일"이라며 "파트타임으로 아이를 돌봐줄 분을 구하기도 어렵고 부모님은 연로해 도움받을 곳이 없다"고 했다.
"학원 닫으면 애는 어디 맡기나"
정부가 방학 중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원에 원격수업 전환을 권고하며 맞벌이 부모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원격 수업 전환 '권고'는 강제성이 없지만 학원에서 감염자가 나오게 되면 학원가가 도미노처럼 문을 닫을까 걱정하는 학부모가 많다.
특히 돌봄교실 수용률이 낮은 지역일수록 사교육으로 돌봄 공백을 해소하려는 수요가 크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17년 9226명이었던 초등돌봄교실 대기자는 2020년 2만1300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돌봄교실 신청자 대비 실제 이용자 비율인 ‘수용률’ 지표는 2018년 강원(89.3%), 2019년 인천(88.7%), 2020년 서울(78.6%)이 전국 꼴찌로 나타났다. 방학이면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 '원격 수업'은 청천벽력이다.
학원 관계자들의 반발도 여전하다. 서울에서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강모(52)씨는 "완화된 방역 기조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방학 특강을 준비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갑작스럽게 원격 전환 권고가 내려와 황당하다"며 "어제부터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면 환불 신청을 하겠다는 학부모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자율 방역'을 내세웠던 만큼 이번 권고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선형 한국학원총연합회 부회장은 "학원 중에서도 저학년이 많아 돌봄 기능을 겸하는 예체능 학원이 치명타"라며 "입시 과목은 비대면으로도 수업이 가능하지만 예체능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면 권고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학원연합회는 27일 교육부의 원격 수업 전환 권고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취식 금지와 출입인 제한, 방역 조치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며 "학원은 학교에 가지 않는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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