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한동훈 "인사검증 위탁, 법무부엔 짐"
[이경태, 박현광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업무가 왜 하필 다른 부처도 아닌 법무부에 '위탁' 됐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8일 부처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입을 모아 던진 질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폐지된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업무를 '법적 근거도 없는' 법무부 내 인사정보관리단에서 담당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얘기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2021년도 법제처 법령심사 기준에 따르면, 정부행정조직 설치 땐 법률적 근거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하고, (업무) 위탁에 대해서도 법률적 근거 없이 위탁하면 중앙행정직무 변경에 문제가 생기고 행정조직법정주의 위반 문제도 있다고 돼 있다"면서 법무부에 인사검증 업무가 '위탁'된 까닭을 물었다.
즉, '정부조직법상 법무부장관의 소관업무에 인사 관련 직무가 없는 만큼 기존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업무가 법무부(인사정보관리단)에 위탁된 건 위법 아니냐'는 질의였다.
"국방부에도 위탁 가능하겠네?" - "법무부는 유관적 성격 있다"
한동훈 장관은 "위탁의 본질이 그렇다. 개인에 대해서도 (위탁)할 수 있다"고 맞섰다. 소관업무에 '인사' 관련 업무가 없더라도 충분히 위탁은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김 의원은 "그런 유권해석이라면 (인사검증 업무를) 국방부에도 위탁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누가 국방부에 (인사검증 업무를) 위탁하겠나"라며 "법무부는 (인사검증 업무와) 유관적 성격이 있으니 합리성을 가지는 것이지만 뜬금없이 국방부에 (인사검증 업무를) 위탁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 역시 "아무리 봐도 원래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인사혁신처, 대통령비서실의 권한에 속했던 인사 업무가 갑자기 법무부장관에게 위탁될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물었다.
특히 한 장관이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질문 때 "대법관은 인사정보관리단이 검증하지 않는다. 저희는 객관적 인사검증을 하는 것이고 판단은 하지 않는다. 인사권자가 의뢰하는 경우에만 객관적 검증은 1차적으로 한다"는 말 역시 '헛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검증을 않는다'고 말했지만, '인사권자가 의뢰하는 경우'엔 가능하다는 모순이 성립된다는 취지였다.
한 장관은 "대통령이 (대법관 등에 대한 인사검증을) 의뢰할 상황이 안 생길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에서 대법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실도 (대법관 등에 대한 인사검증을 못한다는) 그런 규정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저희는 (민정수석실의) 그 업무를 일부 가져온 것이니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한동훈 장관은 민정수석실에서 하던 업무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이어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검증 대상, 범위, 절차 등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의 성격이 바뀐 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무엇보다 "법무부는 '팩트 파인딩(Fact finding. 사실 확인)'과 법적인 해석에 있어서 국가적 자산을 갖고 있는 곳"이라며 기본적인 업무역량 덕에 인사검증 업무를 맡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의 관련 질문에 "민정수석실 폐지 결단에 의해 대통령실에서 운영됐던 인사업무를 수행할 곳이 없어진 측면이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좀 더 객관적이고 투명적으로 (인사 관련)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택하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가 사실확인과 법적쟁점을 확인하는데 특장점이 있고 외국 사례를 봐도 FBI(미 연방수사국) 같은 법 집행기관에서 (인사검증 업무를) 한 경우가 많다"며 "밀실에서 이뤄지던 업무를 '루틴(routine)'하게, 부서의 통상업무로 편입시키겠단 차원이고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처의 유관성이나 업무의 효율성을 이유로 법적인 근거도 없이 고위공직후보자들에 대한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에서 맡을 순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업무를) 위임하는 경우에도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법무부에는 인사에 관한 조항이 1mm도 없다"면서 "인사정보관리단장이 (법무부)장관을 보좌한다고 돼 있는데 장관은 어떤 인사권한과 책임이 있는지도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장관이) 대통령을 대신해서 (인사문제를) 책임지겠다는 각오는 좋다. 용기 있는 일이다"며 "하지만 법치행정의 원칙에 위배되고 포괄위임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 (장관은) 수사에 관여 않는다 했지만 법무부는 수사 단계에 있는 곳이니 인사 문제는 더더욱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법적근거도 있고 법무부의 업무 특장점을 감안하면 (인사검증 업무 위탁은)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특히 "(인사정보관리단이) 대단한 권한이 아니다. 법무부에겐 짐이다. (의뢰받은 인사에 대한) 추천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탈락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인사검증 업무가) 부처의 통상업무로 편입되면서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갈수록 태산... 일본의 적반하장에 꼼짝 못하는 한국
- 문자파동 '강기훈' 논란..."대통령실, 극우 유튜버 일자리 요람됐나"
- 찬송가·욕설 맞서 불경 튼 문 전 대통령 이웃 "살고 싶어 이런다"
- 한밤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벌어진 일... 너무 무서워요
- 박지원 "예측된 김정은 발언, 윤 대통령 선제타격할 건가?"
- 인하대 사건이 '젠더갈등'? 망자에 대한 예의 잊은 여가부 장관
- "내부총질" 문자 사태, 세 가지 동상이몽
- 지난해 인구 5174만명…정부 수립후 72년 만에 첫 감소
- "생기부 내용, 아들 것 아니다" 박순애에, 서동용 "거짓말 정황"
- [오마이포토2022] '개인정보 약탈 동의 못해!' 페북·인스타 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