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팔아 7조 번 '무기업계 트럼프'..미, 러에 맞교환 제안
영화 '로드 오브 워'의 실제 모델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인 2명의 석방을 위해 러시아 무기거래상 빅토르 부트(55)와 맞교환을 제안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기업인 폴 휠런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몇 주 전 러시아에 중요한 제안을 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무기거래업의 도널드 트럼프, 빌 게이츠”
부트는 90년대 소련 붕괴 후 옛 소련군의 무기를 빼돌려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지역에 내다 팔아 60억 달러(약 7조8800억원)를 벌어들였다. 아랍에미리트 등의 공항에서 본인이 소유한 화물 항공기에 실어 이란이나 라이베리아, 이라크 등에 실어나르는 방식으로 무기를 밀매했다. 시에라리온 내전을 일으킨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 독재자들의 공식 무기 공급책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 내에선 “무기거래 업계의 도널드 트럼프나 빌 게이츠”로 통했다.
미국의 수배에도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2008년 콜롬비아 반군 단체인 콜롬비아혁명군(FARC)과 무기거래 계약을 체결하러 태국에 입국했다가 테러 혐의로 체포됐다. 2년 후 범죄인 인도 협정에 따라 미국으로 인도된 뒤 살인 및 불법 무기 거래 혐의 등으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아 태국에 이어 미국에서 총 15년째 복역 중이다. 부트는 그러나 지난 2012년 WP에 “나는 그저 항공운송 사업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자신의 혐의에 대해 “할리우드 액션 영화”라고 부인했다.
“부트, 러 군사정보 핵심 인물”
러시아 정부 역시 부트가 정치적 목적으로 일방적인 피해를 본 기업인이라며 그의 석방을 요구해왔다. 지난해엔 부트가 교도소에서 만든 미술 작품들을 정부 청사에 전시하기도 했다. 부트의 변호사 지소우는 미·러 관계가 악화한 이유 중 하나로 부트 사건을 꼽으면서 “미국 정부는 러시아 국민인 부트를 겨냥해 미국 내에서 기소와 처형까지 했다”며 “러시아 주권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선 러시아 정부가 부트에게 무기 밀수 사업의 발판을 마련해줬고, 부트는 정부에 군사정보를 제공하며 관계를 유지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언론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WP에 “부트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가끔 활용했던 정도가 아닌 군사 정보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핵심 인물이었다”며 “내가 아는 한 부트는 감옥 안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며 미국에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부트와의 맞교환 상대로 공개된 미국인 2명 중 그라이너는 올림픽 금메달 2관왕이자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다. 2015년부터 WNBA 오프시즌에 러시아 리그의 UMMC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활동한 그는 지난 2월 미국에서 휴가를 보낸 뒤 러시아에 입국하다 마약 밀반입 혐의로 모스크바 공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다른 한 명인 휠런은 기업 보안 책임자로 2020년 러시아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징역 16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지만,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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