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매도 금지" 3일 뒤..尹 "불법 공매도 뿌리뽑아라"

박태인 2022. 7. 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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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진수 도끼로 진수선을 자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공매도 엄벌' 발언은 윤 대통령이 진수식에 참석한 상황에서 예고없는 브리핑을 통해 공개됐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지시했다. 2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자본시장의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주식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이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뒤 주식시장과 관련해 공개 메시지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국정 지지율과 주가가 함께 하락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는 공매도를 콕 집어 언급한 속내에 주목하고 있다. 일종의 지지자, 특히 주식시장에 영끌한 2030투자자 달래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尹 "불법 공매도 엄벌" 방식도 시점도 이례적


이날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개된 방식부터 이례적이었다. 대통령실이 예고 없이 브리핑을 열었고, 수석비서관회의와 같은 공식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 아닌 공매도만을 겨냥한 대통령의 개별 지시사항으로 전달됐다. 메시지가 공개된 시점에 윤 대통령은 울산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해 있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직후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준비했던 긴급회의를 열고 ‘불법공매도 적발 및 처벌강화 보완 방안’을 발표하며 신속히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이재명 의원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 거래소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1]

공개 시점도 절묘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이날 아침 한 증권사가 3년간 삼성전자주식 2500만주를 포함해 5조 9500억원 어치의 공매도를 실행하며 규정을 위반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공개됐다. ‘동학 개미’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가운데 이를 달래듯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것이다.

정치권에선 지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를 찾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빨간색 청개구리 정책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야권의 대표 주자인 이 의원에게 선수를 뺏긴 뒤 더 강경한 메시지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공매도 금지' 발언 의식했나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꽤 오래전부터 불법 공매도 대책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이뤄졌다”며 “관련 보도와 시점을 맞춘 것도, 이 의원의 행보를 의식한 것도 모두 아니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공매도 허용은 글로벌 스탠다드라 무조건 금지하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 간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려 고민을 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속에 주가 하락으로 타격을 받은 2030 투자자들을 고려한 메시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대선후보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공매도 관련 대선 공약을 발표하던 모습. [뉴스1]

한편 대통령실은 29일로 예정된 교육부 업무보고를 순연한다고 밝혔다가 다시 재개하기로 해 논란을 불렀다. 이날 오전 대통령실은 같은 날 윤 대통령의 코로나19 방역 상황 점검과 경찰국 논란 속 파출소 격려 방문을 이유로 교육부 업무보고를 순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 다시 브리핑을 열어서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며 “대통령의 휴가를 앞두고 일들이 많아 일정 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앞선 여가부와 통일부에 이은 세 번째 돌발 업무보고 변경이라 국정운영의 미숙함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8일 “위험한 시도 시 윤석열 정권의 군대가 전멸될 것”이라 한 발언에 대해서도 오전엔 “늘 그래왔지만, 북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다. 하지만 오후엔 “김 위원장이 6.25 전쟁 정전협정일 연설을 통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에 대해 위협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 시대비태세 구축하고 있다”며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오전에 정조대왕함 진수식 행사가 있어 입장을 내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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