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36만명에 다산 정약용의 뜻 새긴 편지 1200통 썼죠"
“다산(茶山)은 『목민심서』에서 공정하고 청렴하면 나라 걱정이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50년간 다산의 주장이 많이 통하고 있어요. 시민의식‧국민의식은 바르게 가는데 돈 있는 사람들이 청렴하지 않죠.”
조선 개혁가 다산 정약용(1762~1836) 연구에 일생을 바쳐온 박석무(80) 다산연구소 이사장의 말이다. 그가 2004년 6월 다산연구소 창립과 함께 연재를 시작한 ‘풀어 쓰는 다산 이야기’가 다음 달 1일 1200회를 맞는다.
그가 다산의 사상을 토대로 현재의 정치‧사회 세태를 바라본 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때는 직언하지 않은 청와대와 여권을 다산의 저서 『목민심서』 사례에 빗대 “무개념의 내시정권, 환관정부”라 비판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투기, 대장동 개발비리가 터진 시점엔 “관(官)에서 아전과 함께 장사를 하며 아전을 놓아 간악한 짓을 시키니 온갖 질고 때문에 백성들이 편할 수가 없다”고 했던 다산의 편지글을 인용해 질책했다. ‘풀어 쓰는 다산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받아 보는 구독자는 36만명에 이른다.
26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난 그는 “세상은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변화한다”면서도 공권력에 대해서는 “부패의 단위가 커지고 교묘하게 들키지 않는 방법이 발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와 재판의 불공정도 지금 큰 문제입니다. 법원을 못 믿고 검찰, 수사를 못 믿죠. 공정한 나라라고 볼 수 없어요. 다산이 많이 쓰는 이야기에 '법을 적용하려면 최측근으로 시작하라'란 말이 있어요. 가족, 친척, 아내, 부모, 형제…. 이들의 잘못은 눈감아주고 남들만 수사하고 재판하면 법이 아니죠. 다산의 지혜가 지금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나라다운 나라, 인간다운 인간 위해 변화·개혁"
그는 다산 사상의 정수로 이론을 넘어선 실천적인 실학 정신을 꼽았다. “어질 인(仁)자만 해도 주자(송나라 유학자)는 ‘이치’로 봤는데 그러면 행동이 안 나오잖아요. 다산은 '사람(人)이 둘(二)'이라 봤어요. 두 사람 사이에 잘 하는 일이 인(仁)이라는 거죠. 변화하고 개혁해서 나라다운 나라가 되고 인간다운 인간이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실학의 묘미예요. 그대로 두면 나라가 망합니다.”
500권에 이르는 다산의 저서 중에 논어 주석서 『논어고금주』, 사람의 심리를 풀어 쓴 『심경밀험』, 나랏일 하는 사람이 새기고 실천할 모든 것을 48권에 담은 『목민심서』를 즐겨 읽었다. 그가 펴낸 저서 20권도 대부분 다산 관련 내용이다. 다산의 귀양살이 시기 속 깊은 서신들을 엮어낸 번역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 정약용 평전』, 『목민심서』를 요즘 관점으로 풀어 쓴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등 스테디셀러가 많다.
‘풀어 쓰는 다산 이야기’도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연재 초창기엔 일주일에 5번을 직접 쓰다가 다른 필진들의 연재 코너가 생겨나며 최근엔 한달에 1번 연재로 줄였는데도, 지금껏 200자 원고지에 써온 원고가 1만 매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한다'는 다산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내용을 인용한 박 이사장은 "다산의 지혜를 통해 난국을 풀어보고자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가 안 나타나도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점점 실천에 옮기는 사람도 있고 그런 시대도 온다. 그래서 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3대 고전이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 다산의 『목민심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죠. 두 고전은 세계사를 움직였는데 왜 『목민심서』는 우리 국가도 움직이지 못했을까요? 우리 정치가 무관심해서죠. ‘200년이 지났으니까 이제라도 우리 정치, 행정에 반영하자.’ 일반 사람들에게도 ‘최소한 『목민심서』 한 권이라도 읽고 다산의 정신을 실천에 옮기자.’ 죽을 때까지 이 말만 하다 갈 겁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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