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겁박 뒤, 尹이 갔다..북 미사일 막는 첫 이지스함 진수식

김상진, 정수경 2022. 7. 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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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고 북한군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이 28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징” “전멸” 등의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처음으로 공식석상(27일 정전협정체결 제69주년 기념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겁박한 직후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1번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함 1번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해 “국군통수권자로서 우리의 바다를 지켜내고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한 해군 장병 여러분을 무한히 신뢰한다”며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우리의 바다를 든든하게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조대왕함을 "국가전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정조대왕함 진수줄은 여성(주로 주빈의 부인)이 자르는 전통에 따라 윤 대통령과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금색 손도끼로 잘랐다.

정조대왕함(광개토-Ⅲ Batch-Ⅱ)은 이미 전력화한 세종대왕급 이지스함(광개토-Ⅲ Batch-Ⅰ) 3척보다 훨씬 더 발전한 이지스 방어 체계와 더 강력한 공격력을 갖췄다. ‘광개토-Ⅲ’는 이지스함 사업명이고, 배치(Batch)는 성능 향상 단계를 뜻한다. 군 당국은 총 3척의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을 도입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110여척의 이지스 순양함ㆍ구축함이 실전 배치 중이다. 이 중 미국이 90여척으로 제일 많다. 미국 해군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순양함과 구축함엔 모두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했다. 이어 일본(8척), 스페인(5척), 노르웨이(4척), 호주(3척) 등 순이다.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축포가 터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8200t급으로 몸집을 키운 정조대왕함에는 세종대왕급(7600t급) 이지스 구축함에는 없는 무기 체계가 실린다. 대표적인 것이 해상에서 적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함대지 탄도미사일이다.

해군이 대구급(2800t급) 호위함에 전력화한 ‘해룡’ 전술 함대지미사일(사거리 150~200㎞)보다 더 뛰어난 성능의 미사일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확산탄인 해룡만 해도 축구장 2배 넓이를 초토화할 수 있다”며 “국내 개발 중인 신형 함대지 미사일을 탑재하면 해상에서 북한군 전방 군단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M-6로 북 미사일 요격


이지스 체계도 달라졌다. 세종대왕급의 이지스 체계(Baseline 7)는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추적할 수 있지만 요격할 순 없다.
세종대왕급에 장착한 SM-2 대공 미사일은 항공기나 순항미사일 정도만 대응할 수 있다. 사실상 자함과 주변 함정 보호용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눈(고성능 레이더)만 있고 주먹(탄도탄 요격미사일)은 없는 ‘반쪽 이지스함’”이란 지적이 줄곧 나왔다.

반면 정조대왕함의 이지스 체계(Baseline 9)는 탄도탄 요격 기능까지 갖췄다. 지난 4월 도입이 확정된 저층 방어용 탄도탄 요격미사일 SM-6(요격고도 35㎞)를 탑재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급 미사일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SM-3(요격고도 70~500㎞)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요격고도 40~150㎞)보다 더 높은 곳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입 시 다층방어가 가능하다. 최신형 SM-3(블록2-A)는 요격고도가 1200㎞에 이른다.

당초 군 당국도 SM-3 도입을 검토했다. 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관해 개발하는 L-SAM 지대공 요격미사일(요격고도 40~70㎞)을 해상형으로 개량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하지만 “현재의 L-SAM 기술력으로는 SM-3급 개발은 불가능하다”(지난해 4월 ADD 국회 답변 자료)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개발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지난 2020년 1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인근 해상에 위치한 미 해군 이지스함 존 핀함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체를 요격하기 위한 SM-3 블록2A 요격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 미 전략사령부]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결국 SM-3 도입에 대한 정책적인 결단만 남은 상황이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결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시 군 안팎에선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참여 논란과 관련해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요격 체계 도입을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부는 SM-3 도입 카드를 다시 꺼내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 소식통은 “SM-3 구매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MH-60R 실어 작전력 향상


해상작전 능력도 높아진다. 정조대왕함에는 해군이 2024년부터 도입하는 MH-60R ‘시호크’ 해상작전 헬기를 탑재할 예정이다.
일본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상에서 한미 해군의 연합훈련이 벌어진 지난달 2일 해군의 대형수송함인 마라도함에 미 해군 해상작전헬기 MH-60R이 착함하고 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MH-60R은 항속거리가 약 830㎞로 세종대왕급에 싣는 AW158 와일드캣(항속거리 약 777㎞)보다 길고, 작전 운용시간(4시간)도 2배가량 차이가 난다. 또 사거리 220㎞의 하푼 대함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최대 적재량은 10t에 육박한다.

정조대왕함은 2024년께 해군에 인도된다. 통상 1년의 시험 항행을 거쳐 전력화되는 만큼 2025년부터 실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2020년대 후반까지 정조대왕급 이지스함 3척을 모두 전력화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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