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게 자본주의란? 필요에 따라 쓰고 버릴 수 있는 것

김기동 2022. 7. 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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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의 '자본주의'와 중국의 '자본주의'

[김기동 기자]

한국의 '자본주의' : 생산 수단을 자본으로서 소유한 자본가가 이윤 획득을 위해 생산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사회 경제 체제.

중국의 '자본주의' :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점유하고 노동자를 고용해 생산 활동을 실행해 자산계급이 국가의 권력을 장악하는 체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개념 차이

한국인은 최근 중국의 시장경제 발전을 지켜보면서, 중국이 공산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중국은 공산당이 정권을 잡고 있다. '공산당'이라는 당명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 공산당은 공산주의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한다.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해 빈부 차이가 없는 세상을 이루겠다는 사상이다. 하지만 이론적인 공산주의는 갑자기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개인 능력으로 일하고 노동으로 분배받는 과도기적인 사회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개념 차이

그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차이는 무엇일까? 자본주의는 첫째 사유재산 제도를 인정하고, 둘째 노동 근로자가 근로 계약의 주체가 되고, 셋째 분권적 경제 주체(가계, 기업)에 의해서 자원의 투자와 분배가 이뤄지는 사회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가계가 자원의 투자와 분배를 결정하는 경제 구조를 가진 사회가 자본주의다. 즉 기업이 자신의 선택으로 생산하고 가계가 자신의 선택으로 소비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재화와 용역이 생산되고 분배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과 가계라는 경제 주체가 시장에서 자원의 투자와 분배를 결정하는 사회다.

이론적인 자본주의에서는 경제 부분에서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 없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시장 경제다

사회주의는 사회자원의 투자와 분배를 국가가 결정하는 경제 구조다. 이론적인 사회주의에서는 국가가 모든 재화와 용역을 생산 분배한다. 기업이 재화와 용역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통제에 의해 국영 기업이 담당한다. 그래서 사회주의는 국가 계획 경제다.

결론적으로 자원의 투자와 분배 측면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차이는 그 사회의 경제 주체가 기업과 소비자로 구성된 시장인지, 아니면 국가인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 많은 국가는 그 경제 체제가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국가가 동시에 경제 주체로 참여한다.

서유럽 자본주의 국가의 경우 공영 기업(국가가 운영하는 기업)의 생산량 비중이 국민 총생산(GNP)에서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서유럽 자본주의 국가들은 헌법에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자유시장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헌법 15조에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실시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장(党章)'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행동 지침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니까 마르크스 레닌주의라는 사회주의 국가 중심 경제 구조이지만 시장경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일면 모순돼 보인다. 하지만 공영 기업의 생산 비중이 큰 서구 자본주의 국가도 이론적으로 완전한 시장 경제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현대의 모든 국가에서는 자본주의 경제 주체인 시장(가계, 기업)과 사회주의 경제 주체인 국가가 모두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다만 국가가 경제 주체로서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 작은가에 따라 자본주의에 가까운 시장 경제인지 사회주의에 가까운 시장 경제인지를 구분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중국은 시장 경제를 도입한 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아래에서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 시장 경제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여 경제 대국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알아보자.
 
 중국 총칭시 해방탑 옆 구찌 광고
ⓒ 김기동
   
중화인민공화국과 시장경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은 공산주의 사상을 국가 이념으로 채택한다. 하지만 마오쩌둥은 '중국은 자본주의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1947년)'면서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 열정과 미국 자본주의 실용 정신을 결합해야 한다(1959년)고 했다.

1993년 덩샤오핑은 시장경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중국 공산당 당장(党章) 첫머리에 중국 공산당의 행동 지침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사상에 추가해 덩샤오핑이론, 즉 시장경제 체제를 추가한다.

그러면서 덩샤오핑은 "시장경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만 있다는 견해는 옳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왜 시장경제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장경제는 오랜 옛날 봉건사회 시대부터 시작했던 것이기에 사회주의에서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시장경제를 자본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중국에서 시장경제는 이미 3000년 이전부터 있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商人)'이라는 단어는 기원전 16세기 상 왕조부터 사용하던 말이다. 또 사마천이 기원전 91년에 쓴 역사서 <사기> '화식열전'에서도 이미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시장경제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중국 산동성 공자 탄생지 사당에 있는 생수 광고판
ⓒ 김기동
 
자본주의 사상의 기본 이론인 인간의 본성에 이기심이 있다는 생각도 중국이 현대 자본주의 사상을 만든 유럽보다 빨랐다.

1766년 영국사람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우리가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사장이 빵을 팔고 정육점 사장이 고기를 파는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빵집과 정육점 사장은 우리가 편하게 밥을 먹으라고 빵과 고기를 파는 게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즉 돈을 벌려는 이기심 때문에 상품을 판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이기심을 긍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자본주의 기본 이론을 만들어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된다.

하지만 그보다 2천 년을 먼저 살았던 중국 사람 한비자(韓非子)는 기원전 250년에 이미 이런 내용을 책으로 남겼다.

한비자가 쓴 책 <한비자>에는 의사가 입으로 환자의 상처에서 고름을 빨아내는 것은 환자를 불쌍히 여겨서가 아니라 병을 고쳐주고 사례를 받기 위해서라는 내용이 나온다.

또 수레(현대로 말하자면 고급 승용차)를 만드는 제조업자는 많은 사람이 빨리 부자가 되기를, 관을 만드는 제조업자는 많은 사람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데, 이는 수레 제조업자가 인자하고 관 제조업자가 잔인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부자가 돼야 수레를 많이 팔 수 있고, 많은 사람이 죽어야 관을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경제체제를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란 사회주의의 기본 제도를 기초로 정부의 거시적인 조절 아래, 시장 메커니즘이 사회자원 배분에 기초적인 작용을 하는 경제체제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사회주의 조건하의 시장경제' '사회주의를 위해 서비스 하는 시장경제'라고 한다.

1990년 덩샤오핑은 상하이 방문 연설에서 '계획경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자본주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 모두 당면한 상황을 해결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쥐를 다 잡고 나면 고양이 역시 쓸모가 없다.
 
 중국 서안시 병마용박물관에 있는 삼성 광고판
ⓒ 김기동
 
중국에서 사회주의나 자본주의는 반드시 지켜야 할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맞닥뜨린 현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인 도구에 불과하다.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져다 쓸 수 있고, 또 필요 없으면 언제든지 버릴 수도 있다.

중국 어린이 필독서 <증광현문>에 나오는 글귀다. '세상 어디에나 말을 맬 말뚝 나무가 있고, 세상 누구나 장안(서울)에 이르는 길을 알고 있다(处处绿杨堪系马,家家有路通长安).' 세상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내가 그중에서 적당한 방법을 사용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1982년 영국 대처 총리는 제국주의 시대 점령했던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이를 계기로 앞으로 중국이 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중국 국민이 시장에서 상품을 고르다 보면 언젠가는 정치 지도자도 고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시장 경제는 이미 3000년 전부터 있었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 계획 경제는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짧은 기간 동안 잠시 실험해 본 것에 불과했다. 이런 사실을 간과한 영국 대처 총리는 중국이 시장 경제를 도입하면 사회 정치 체제도 바뀔 것으로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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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마지막으로 시리즈 '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을 종료합니다.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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