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첫 내부 출신' 윤희성 행장, 외화 업무 두루 거친 국제금융통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차기 은행장은 현장과 실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추고 수출입은행을 누구보다 잘 알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수은 출신 인사는 전문성과 조직안정 관점에서 충분한 경험과 역량이 있기에 그 누구보다도 충실히 은행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이 차기 행장 임명 전 성명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매번 소위 낙하산 행장이 내려온 터라 노조에서는 이번에도 낙하산 인사가 행장으로 임명될 것을 우려하며 이같은 성명을 냈었다.
결국 노조가 그토록 바라던 내부 출신 행장이 탄생했다. 윤희성 행장이 27일 취임했다. 1976년 수은 설립 이후 내부 출신 인사가 은행장으로 내정된 것은 처음이다. 내부 출신 행장답게 윤 행장은 취임사에서부터 회사와 직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수은에서 33여년을 보낸 후 정든 이곳을 떠났습니다만 마음만은 늘 우리 수은 가족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었다"면서 "얼마 전 수은이 중소기업의 역대 최대 수출 달성을 견인한 공로로 대통령 기관 표창을 수상한 소식을 들었을 때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노력을 다해준 후배들이 너무나 고맙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임명된 윤 행장은 다음날 노조와 큰 마찰 없이 바로 첫 출근을 했다. 그동안 외부 출신 행장들이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에 직면했던 것과 대조된다. 그는 임명 직후 노조와 만남을 갖고 직원들이 은행장에게 바라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도 전달받았다.
윤 행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수출입은행에 입행한 이후 홍보실장과 국제금융부장, 자금시장단장 등을 거쳐 신성장금융본부장, 혁신성장금융본부장(부행장)을 역임한 후 지난해 초 퇴임했다.
그는 국제금융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전문가로 꼽힌다. 원화·외화 조달 실무, 트레이딩, 싱가포르·런던 해외법인 근무, 국제금융부장 등 외화 조달과 관련된 업무를 두루 거쳤다. 윤 행장은 지난 2011년 국제금융부 외화조달팀장을 맡았을 당시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화폐인 '리얄'로 채권을 발행, 2억달러를 조달했다. 중동 산유국의 풍부한 오일머니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길을 개척한 것이다.
윤 행장은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당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독서실에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행장이 임명되면서 국책은행 세 곳의 수장이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과 윤종원 기업은행장도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이밖에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은 총재 모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앞서 수은 행장을 거쳐 금융위원장을 맡았던 은성수 전 위원장과는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다.
윤 행장은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을 감안해 취임과 동시에 내부의 비상경제종합대책반을 소집,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윤 행장은 "우리 경제가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수은이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한 돌파구를 찾고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원전·방산분야를 해외건설·플랜트, 조선 등 전통적인 수주산업에 이어 제2의 전략 수주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윤 행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이행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에너지·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원전과 방산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신규 원전 수주 및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방산 수출 확대를 견인할 수 있도록 정부 및 외국 정부 등과 긴밀하게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은 근무 당시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만큼 윤 행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부하 직원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권위적이지 않는 스타일로 직원들이 잘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술도 좋아하는 편이어서 직원들과 편하게 대화하는 자리도 종종 가졌다. 외국에서 자본 조달 업무를 많이 담당했던 윤 행장은 관련 해외 인사들을 만나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 등을 설명해야 하는 자리가 많았는데 박학다식한 면모로 설득을 잘해 일을 성사시키곤 했다. 본인 스스로 풍부한 지식을 쌓기 위해 책을 많이 읽는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일에는 등산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가족들과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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