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농사직썰㊷] 과거・현재・미래..한우 70년사와 함께한 '한우연구소'
1952년 발족 후 939두 육성
친환경 사육기술 등 지속발전 선도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한우는 국제적으로도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한우의 국제적 신뢰도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대관령에 있는 한우연구소야. 연구진의 묵묵한 땀과 열정이 보이지 않는 일등공신이라는 것. 지난 70년 한우 역사에서 한우연구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어마어마해. 그동안 연구한 성과들이 전국 한우 농가에 보급되면서 더 건강하고 더 업그레이드 된 한우가 탄생되고 있는 거야. 최근에는 친환경 사육기술 등 시대에 맞는 사업도 진행 중이지.”
강원도 평창 한우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한우 전문가들이 모인 ‘성지’다. 이곳에서 연구개발하는 사업은 모두 우리 한우가 세계적으로 최고의 반열에 올라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우연구소는 단순히 ‘좋은 한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대에 맞는 사육과 체계적인 번식 등 과학적 기반에 따른 업무를 한다. 이 때문에 한우와 관련된 연구는 쉬지 않고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장선식 한우연구소 농업연구사는 “한우연구소는 시대와 환경에 맞춘 한우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우량한우 선발, 번식생리, 고품질 생산성, 친환경 사육기술 등 지난 70년간 노하우로 축적된 우리 한우 육성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2000여년 전부터 사육소와 함께한 민족
한우사는 2000여 년 전 김해패총에서 소뼈가 발견돼 소 사육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을 알았다. 고구려 무덤 쌍용총 벽화 우교차도와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소를 이용한 농법에 대해 기록한 것 역시 소를 사육했다는 정황이다.
국가적으로는 큰 제사나 중요한 의례에 소를 제물로 바쳤다. 정월 대보름에는 소에게 오곡밥과 나물 상을 차려주며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기도 했다.
현대사에도 한우는 국민의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화우개량, 전쟁식량 조달 등을 목적으로 약 150만 마리의 한우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반출했다. 특히 쿠마모토, 코우지 현의 갈색털 화우 조성을 위해 1만9000여 마리 한우를 반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또 황갈색에 한해 한우로 인정하는 심사표준규정(1938년)으로 품종 다양성을 말살하고 소 가격 하락 조정 등 수탈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1940년 당시 약 200만 마리 중 흑우(8%), 얼룩백이(칡소, 3%)를 한우로 인정하지 않았다.
광복 이후에는 한우 우수품종 육성과 사육방법이 개발되면서 생산성이 증대, 현재 고품질 한우로 이어지는 기틀을 마련됐다. 한우는 단순 식용이 아닌 우리 민족과 끊임없이 교감해 온 존재다. 지난 2007년에는 당시 문화관광부가 한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으로 선정했다.
한우연구소는 이같은 한우 발자취를 이어가는 역사의 산물이다. 지난 1952년 개원이래 수많은 연구로 한우 육성의 중심에 섰다. 1960년대에는 한우산업 기반 구축 연구에 집중했다. 사료관리법, 소의 인공수정 및 동결정액 보존법 개발 연구 등이 이때 마련됐다.
1970년대에는 한우 표준생산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당대검정을 통한 우량 씨수소 21두를 선발했고, 한우개량단지 사업도 시작했다. 한우파동으로 진통을 겪은 1980년대는 수입개방 대응에 나섰다.
1980년대 침체기를 겪은 한우 시장은 한우연구소를 비롯해 축산관련 협회・단체가 설립되면서 안정을 찾았다. 한우연구소와 관련 단체들은 다양한 연구와 홍보를 앞세워 1990년대 비로소 한우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리는 일등공신으로 거듭났다.
장 연구사는 “1990년대야 말로 한우의 전성기를 알리는 시대였다. 소 도체등급제, 국가단위 유전능력 평가체계 구축, 자가인공 수정기 개발 등이 이때 만들어졌다”며 “한우가 일본 등 수출 물꼬를 트고 희망산업으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고품질이라는 소비자 인식개선의 전환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명품한우’ 초석이 된 2000년대…세계 시장을 개척하다
2000년대 한우 시장은 안정기에 접어든다. 2003년 저가 수입쇠고기의 유입 증가와 미국발 광우병 파동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소비자들도 안전하고 맛있는 쇠고기 구매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는 시점과 맞물려 여러가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한우연구소는 2000년대 들어 과학을 접목한 연구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 가운데 우수품질의 씨가축 능력 개량은 향후 한우 육성의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한우연구소는 미래 고객 수요에 대비한 육질 및 성장형 계통을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암소 번식효율 개선기술 고도화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발정 및 배란동기화를 결합한 고수태성 동기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암소의 무분별한 번식을 체계화 시켰다.
현장 밀착형 연구도 농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우 보증 종모우 선발과 종축생산 기반 조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연구로 한우가 모든 지표에서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 1998년 평균 체중(24개월령 소 기준)이 533.8kg이던 한우는 2010년 626.6kg, 2016년 666.7kg으로 체질이 좋아졌다.
농가 주도형 한우개량 지침 보급은 순수 한우 혈통을 보존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업의 일환인 한우 교배계획 길라잡이는 농가가 씨수소 및 암소혈통 정보로 자손능력을 예측하는데 도움을 줬다. 스마트장치용 한우품종 개량앱인 ‘한우 신랑 찾기’도 농가에서 유용하에 쓰이는 아이템이다.
수정란 이식 기술 산업화는 성 판별 수정란(체내) 이식 한우 암송아지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등온중폭법(LAMP) 방법으로 성 판별율 100%를 자랑한다. 송아지 육성율 제고에 의한 경영비 절감 역시 한우연구소의 대표 연구 성과다. 송아지 설사 치료기간을 3.3일에서 1.2일로 2.1일 단축한 것이다.
소비자에게 더 좋은 품질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이뤄졌따. 한우 고급육 생산기술의 경우 모두 6단계로 구분해 고급육 생산의 체계를 잡았다. 우량송아지 생산부터 거세, 육성기, 비육전기, 비육후기 등으로 관리되는 만큼 한우 품질의 신뢰성을 높였다. 이렇게 생산된 한우는 1등급 출현율이 88% 이상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미래가치를 위한 한우연구소의 노력과 결실들
한우연구소는 지난 70년 한우 연구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한우가 우리 먹거리의 중요한 자원이라는 인식과 함께 꾸준한 미래형 연구 개발에 한창이다. 올해는 ‘지속 가능한 축산기술 개발로 축산업의 안정성장 선도’라는 전략목표를 세우고 한우 시장의 변화에 대응 중이다.
디지털 축산 및 탄소저감 한우 사양기술 개발은 최근 변화하는 4차 산업 트렌드와 직결된다. 한우 거세우 및 번식우 사육환경 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기술이다. 대형 한우 선발기준과 조기 선발 요령 기술 개발로 올해 연구 계획에 포함됐다.
한우 잠재 근내지방 발달 및 섬세도 향상 기술도 주목할 연구다. 한우 송아지 육량육질 유전능력 평가를 올해 20두에서 내년 40두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는 한우 임신우의 영양수준에 따른 분만 후 송아지 근육, 근내지방 및 성장특성과 유전능력 평가도 담겼다.
이밖에 한우 암소의 성성숙 일령에 따른 전정 번식시기 구명 연구도 한창이다. 한우 암소의 월령별 발정발현, 생식기 변화, 번식관련 호르몬 분석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패턴을 조사・분석할 예정이다.
한우연구소는 한우 육성이 첨단 기술과 융합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기존 한우 연구와 더불어 한우산업, 바이오센서, 다양한 신기술 접목 등으로 미래 한우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장 연구사는 “앞으로 한우는 지속 가능한 고품질・저비용 한우고기 생산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며 “한우연구소는 품종개량, 번식효율 향상, 품질 고급화, 생산비 절감 등 지속적인 연구로 한우의 효율적인 생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8월 4일 [新농사직썰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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