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곳" 소문의 그 섬..귀한 백합이 지천에 깔렸다
강화도 오디세이② 볼음도·주문도
인천관광공사 민민홍 사장의 말은 솔깃했다. 민 사장의 제안을 듣기 전까지 볼음도는 소문 같은 섬이었다. 강화도가 거느린 여러 섬들 중 하나 정도로 알고 있었다. 선뜻 내키지는 않았었다. 석모도처럼 신심을 일으키지도, 교동도처럼 옛 추억을 불러오지도 못했다. 서해에 뜬 허다한 섬들처럼, 볼음도도 그렇게 잊혀 가는 섬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란다. 인천관광공사 사장이 장담한단다. 세상에 이런 섬이 없다는 주문(呪文)에 홀려 새벽부터 서둘렀다. 강화도 서쪽 끝 선수선착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8시.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막바지에 접어든 7월 하순이었다.
소문의 섬
숙소로 예약해놓은 ‘볼소리 펜션’의 이민우(63) 대표가 마중 나왔다. 차 없는 손님이 들어오면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고 했다. 여느 외진 섬처럼, 볼음도도 여행의 팔 할은 숙소다. 잠자리는 물론이고, 식사와 교통편까지 숙소에서 해결한다. 다행히 펜션 주인은 음식 솜씨가 좋았다. 볼음도에서 먹은 세 끼 모두 만족스러웠다.
갯벌 체험을 앞두고 섬을 둘러봤다. 볼음도를 대표하는 명물부터 찾아갔다. 섬 서쪽 끝의 ‘볼음도 은행나무’다. 높이 25m, 밑동 둘레가 9.4m나 되는 거목이다. 나무 아래에 서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섬을 지키는 나무로 받들 만하다. 볼음도에선 이 나무의 가지를 태우면 재앙이 내린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1950년대까지 나무 아래에서 풍어제를 지냈다고 한다.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4호다.
나무에 밴 사연이 곡진하다. 800여 년 전 황해도에 물난리가 나 부부 은행나무 중 수나무가 바다로 떠내려왔다. 볼음도 주민이 그 나무를 주워 심은 게 지금의 은행나무다. 흥미로운 건, 북한에 아내 은행나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황해도 연안군 호남리 호남중학교 뒷마당에 있다는 아내 은행나무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다.
은행나무 옆으로 난 저수지 제방을 따라 강화나들길 13코스가 이어진다. 강화도 구석구석을 연결한 강화나들길이 볼음도에도 있는 줄 몰랐다. 강화나들길 13코스는 볼음도 둘레길이다. 전체 길이가 13.6㎞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조개의 왕
장군과 교회
볼음도와 주문도 모두 임경업(1594~1646) 장군에게서 이름이 유래한다. 임경업 장군이 명나라를 오가다 보름달을 봤다는 섬이 볼음도고, 중국으로 가던 장군이 풍랑을 맞았다는 글을 써 임금에게 알렸다는 섬이 주문도다. 볼음도와 주문도는 뱃길로 30분 거리다. 주문도에서도 백합이 잡힌다. 주문도에서 가장 큰 해변은 대빈창해변이나, 백합은 뒷장술해변에서 많이 나온다.
주문도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내년이면 건립 100주년을 맞는 서도중앙교회다. 팔작지붕 얹은 한옥 교회로, ‘진촌교회’라는 옛 이름이 걸렸다. 교회 문이 두 개다. 왼쪽이 남자 출입구고, 오른쪽이 여자 출입구다. 교회 내부도 영락없는 한옥이다. 열두 개 나무 기둥 위로 대들보와 서까래가 훤히 드러났다. 서도중앙교회 박형복(61) 목사는 “새 교회 건물이 있지만, 요즘도 새벽 예배는 옛날 교회에서 본다”며 “지금도 남자는 왼쪽에, 여자는 오른쪽에 앉는다”고 말했다. 신도가 예배 보는 나무 바닥에 앉아봤다. 서 있을 땐 안 보였던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천정에 맨 십자형 형광등이었다.
■ 여행정보
「
강화도 선수선착장에서 볼음도 들어가는 배가 하루 세 번(오전 8시 50분, 오후 12시 50분, 4시 20분) 뜬다. 여름 성수기 요금 어른 7900원(유류할증료 포함), 차량 4만5000원(중형 기준). 주문도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선수선착장에서 출발해 볼음도·아차도 들렀다가 주문도(느리 선착장)까지 가는 배를 타거나(어른 8800원), 선수선착장∼주문도(살곶이선착장) 직항을 이용하거나(어른 5950원). 인천시·인천관광공사 등이 공동으로 ‘인천 섬 도도하게 살아보기’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볼음도·덕적도·백령도 등 인천 섬 7개를 여행하는 체험관광 상품으로, 볼음도는 2박3일 일정이다(월·수요일 출발). 1회 정원은 20명으로 10월 21일까지 총 6회 진행한다. 1인 체험비 11만3000원, 예약은 프로모션 홈페이지.
」
볼음도ㆍ주문도=글ㆍ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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