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잡을 '신의 한 수'에도 주가 지지부진..삼전, 언제 날아갈까[앤츠랩]

김경진 2022. 7.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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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경쟁사인 TSMC보다 빨리 3nm(나노미터ㆍ1nm는 10억분의 1m) 양산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보셨을 텐데요. 성공 비결은 삼성이 이 악물고 개발해온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기술에 있습니다.

이를 악물었다고 표현한 이유는 삼성이 메모리 분야(D램ㆍ낸드)에서는 글로벌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장에선 대만의 TSMC와 꽤 차이가 나는 2위거든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보다 19.8% 늘어난 1287억8400만 달러(161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성이 높은 시장(트렌드포스). 그런데 이렇게 커지는 시장에서 삼성전자(16%)는 TSMC(54%)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어요.

전세계적으로 7나노 이하 미세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 단 두 곳뿐입니다. 그런데 7ㆍ5ㆍ4나노 공정에서 삼성은 TSMC보다 늘 6개월~1년 정도 양산에 뒤처졌습니다. 양산에 뒤처지다 보니 고객 확보가 늦어지고 수율(양품 비율)이 TSMC 대비 떨어지게 됐던 거죠. 이 판도를 뒤집기 위해 삼성이 들고나온 비장의 무기가 바로 GAA입니다. TSMC가 주도권을 쥔 핀펫(FinFET) 방식 대신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로 승부수를 던진 거죠.

일단 기술 자체는 혁신적입니다. GAA는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은 45% 줄이고 성능은 23% 향상, 칩 면적은 16% 축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삼성전자의 전략대로 빠른 양산→고객 확보→수율 개선 선순환이 되어 3나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향후 TSMC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입니다. 이 전략이 먹히면 GAA는 삼성에게 '신의 한 수'가 될 겁니다. 다만 3나노에서 수율과 반도체 생산능력(Capacity)을 보여줘 퀄컴ㆍ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장 이 소식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렇다면 앞으로 중국이 추격해올 가능성은 없을까요. 캐나다의 반도체 정보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최근 중국의 파운드리 기업인 SMIC(中芯国际·중신궈지)가 지난해 7월 7나노 기술을 활용해 비트코인 채굴에 쓰는 시스템온칩(SoC)을 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죠. 하지만 중국은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또 7나노는 TSMC와 삼성전자가 2018ㆍ2019년에 선보인 기술이라 기술 격차도 여전하고요.

오히려 앞으로 지켜봐야 할 파운드리 분야 다크호스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인데요. 인텔은 2나노부터 TSMC와 삼성전자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인 퀄컴과 유통 공룡 아마존뿐 아니라 대만 팹리스인 미디어텍까지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죠. 이 때문에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위로는 TSMC에 치이고 아래로는 인텔을 견제해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인텔의 위협이 가시화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요.

한국의 '칩4' 동맹(미국ㆍ한국ㆍ일본ㆍ대만) 참여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칩4에 참여할 경우 한국은 미국의 각종 세제 혜택 등 든든한 지원을 얻고, 미국과 일본의 장비와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데는 효과적이겠지만, 중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세운 중국으로선 ‘칩4’가 대만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문제는 한국 반도체 수출의 40%(홍콩까지 포함할 경우 60%)가 대(對) 중국 수출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이 중국 수출에 제재를 가하거나 중국이 반도체 수출에 불이익을 줄 경우 삼성전자로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죠. 결국엔 정부가 외교적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는 결론.

정리하자면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패권 경쟁은 물론 기업 간 기술력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

그런데 주가는 왜 이렇게 지지부진할까요(27일 종가 기준 6만1800원). 실적 둔화 우려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서 1위 하는 종목이 메모리 반도체(D램ㆍ낸드)잖아요. 하지만 전세계적인 긴축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가전ㆍPCㆍ스마트폰의 수요가 둔화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감소했습니다.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13억5700만대로 지난해보다 2.5% 줄 것으로 보고 있어요(카운터포인트리서치). 2분기 PC 출하량도 전년 동기 대비 15.3% 줄어든 7130만대에 그쳤어요(IDC).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요가 떨어지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요, 트렌드포스는 최근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 대비 최대 10%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트렌드포스는 당초 올해 3분기 D램 가격이 최대 8%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는데 전망이 더 악화한 거죠. 낸드 역시 최대 5% 하락에서 최대 13% 하락으로 전망치가 수정됐어요.

다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업체들의 메모리 재고가 내년 상반기엔 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는데요, 이렇게 되면 주가는 6개월 전에 반응해 올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저점을 높여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 내년까진 아무런 이슈없이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만 보고 있어야 하냐, 그렇진 않습니다. 일단 8월 4세대 폴더블폰인 폴드4ㆍ플립4가 공개되는데요, 프리미엄폰과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이 주도권을 확인한다는 차원에선 눈여겨봐야 할 이벤트입니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법이 상원 본 투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되면 올 하반기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신규 공장 착공을 시작하는 삼성전자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여기에 시장에선 대형 M&A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1월 기자들과 만나 “여러 사업 분야에서 M&A를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이슈와 맞물릴 경우 M&A 속도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저점은 올라가겠지만 매크로 이슈가 변수

이 기사는 7월 2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김경진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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