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말도 안돼"..경찰 총경회의, 위법성 여부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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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명령 불복종인가, 직권남용인가
경찰청이 총경회의가 열린 지난 23일 당일 류삼영 전 울산중부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하며 근거로 든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57조다.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겸 청장 직무대행이 회의 해산 지시를 여러 차례 내렸는데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류 총경 등은 “휴일인 토요일에 세미나 형식의 회의를 연 것은 직무로 볼 수 없다”며 “(총경회의는) 직무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직권명령 발동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총경회의가 열린 장소는 경찰 부설 기관인 경찰인재개발원. 류 총경은 당시 정복을 입고 회의에 참석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총경회의는 직무 관련성이 있기에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언론에 ‘전국 경찰서장 회의’라고 알린 데다가 주제 또한 ‘경찰국 신설’이었다”며 “특히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경찰과 군은 직무상 명령에 대한 복종 의무가 엄격하게 유지돼야 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 지시가 직권 남용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명령이라고 하는 것도 그 업무에 합당한 어떤 내용이어야 된다”며 “정당한 공무수행에 문제가 생긴다면 금지를 하는 게 맞지만 휴가를 내고 세미나의 개념으로 참석한 것이라면 (경찰청의)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②총경회의는 집단행위로 볼 수 있나
총경회의를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검사 출신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총경회의의 경찰의 집단 반발 움직임에 대해 “공무원법 제57조 복종 의무와 제66조 집단 행위 금지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법은 파업에 대한 것”이라며 “공무원들의 단체 의견 표현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총경회의는 합법적인 토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불시에 점거를 한 것도 아니고 파업을 한 것도 아니고 단체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너무 확대 해석을 한 것”이라며 “사실 논의 안건은 경찰 조직 구성원들 개개인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다. 당사자들이 아무 의견 표명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총경회의 논의 내용이 집단적 반대 의사를 표출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정황이 나오면 집단행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3조 2항, ‘공무원은 집단·연명으로 또는 단체의 명의를 사용해 국가의 정책을 반대하거나 국가 정책의 수립·집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내용을 위반한다는 주장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복무규정을 언급하며 “집단행동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간, 장소,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경찰국 신설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였다면 문제가 없지만, 일종의 성토대회처럼 진행됐다면 직무에 반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③위수지역 이탈인가
정부 여당은 일선의 치안 최고책임자인 경찰서장(총경)이 관할 구역을 벗어나 한자리에 모인 것도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26일 대정부질문에서 “경찰 지휘관은 위수지역을 이탈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대가 주둔해 작전을 수행하는 장소인 ‘위수지역’은 원래 군(軍) 관련 개념이다. 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제13조 ‘여행제한’이 위수지역과 비슷한 개념이다. 휴무일 또는 근무시간 외에 2시간 안에 복귀하기 어려운 지역에 가려면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총경회의 참석자들은 관외 여행 신고를 했거나 연차를 내고 참석했기 때문에 여행제한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위수지역 이탈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관외 여행신고 절차를 밟아 후임자가 직무를 대행했다면 문제 삼기 어려운 것으로 본다. 임준태 동국대 교수는 “비상사태도 아니고 사전에 신고하고 관외이탈을 했으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장영수 교수도 “근무시간 이외이고 관외이지만 허가를 받고 갔었다고 하면 그 자체만 가지고서 불법을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④쿠데타·내란이라고 할 수 있나
이 장관이 지난 25일 총경회의를 옛 군(軍)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유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6일 대정부질문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을 위반한 것도 없는데 쿠데타, 즉 내란에 비유한 건 말이 안 된다”고 이 장관을 질타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쿠데타와 내란은 조금 다르다”며 “내란이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군 반란을 의미하는 쿠데타는 정치적 개념이고 내란은 형법 87조 내란죄로 규정된다. 국토를 갈라놓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총경회의가 법이 정한 물리적 폭동은 없었기에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사실 관계 확인을 전제로 해서 국가 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에 의한 징계 이런 정도는 가능할 수 있겠다”면서도 “내란죄까지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양홍석 변호사도 “내란은 아니다. 그리고 ‘내란죄’에서 내란이라는 표현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굉장히 크다”며 “쿠데타랑 내란이란 용어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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