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어놓으면 이수' 성폭력 예방교육..이게 '인하대 사건 대책'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성폭력 특별교육’을 대책으로 내놓은 교육부가 각 대학에 교육을 잘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현장에서는 성폭력 예방교육이 학생 참여가 저조할 뿐 아니라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2차 가해‧불법촬영 방지’ 공문 보낸 교육부
하지만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하고 있는 성폭력 예방교육은 학생의 외면을 받고 있다. 2012년부터 대학은 의무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해야 하는 기관에 포함됐지만 절반이 넘는 대학생이 교육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교육부 대학정보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학생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율은 전국 평균 46.1%에 그쳤다. 학생 이수율이 50% 이하인 대학을 '부진 기관'으로 분류하는데, 사건이 발생한 인하대의 이수율은 25.9%에 그쳤다. 다만 인하대 측은 2021년에는 이수율이 53.2%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현행 성폭력방지법은 기관장, 고위직 종사자에 대해서는 연 1회 이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학생은 의무가 아닌 권고 대상이다. 예비교원을 배출하는 교대나 사범대만 예방교육을 들어야 교원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했다.
“틀어놓기만 해도 이수”…유명무실 교육 언제까지
일부 대학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학칙으로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를 졸업 요건으로 하거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포함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매년 똑같은 내용”이란 불만이 나온다.
대부분 대학은 성폭력 예방교육을 동영상 강의로 제공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성폭력 예방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퀴즈를 풀게 하고 있지만 학생 사이에서는 안보고 풀어도 맞출 수 있는 '꿀팁'이 공유되고 있다. 지역 한 거점국립대 학생 장모(21)씨는 "그런 교육이 있는 줄도 몰랐다. 어디에서 들을 수 있는지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사건 발생 이후 전교생 대상 성폭력 특별교육을 연 2회 이상 실시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인하대 관계자는 “이전에도 온‧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했다”며 “기존 교육에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 의무화보단 대학 강의처럼 품질 높여야”
전문가들은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거나 횟수만 늘리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최인숙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의무 교육을 강조하면 실질적인 참여도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며 “학생들이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자체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서울대의 사례를 들며 “토론이나 사례 위주로 기존 대학 강의처럼 학기제로 운영하도록 권장한다. 정부 지침을 참고하되 서울대처럼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교육 콘텐트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예방교육의 품질을 높이도록 유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학평가 항목에 성폭력 예방교육을 넣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대학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문강사 양성과 연구 개발을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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