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성폭력 덮고도 "후회 안해"..CNN서 잘린 스타앵커 컴백
한때 CNN의 간판이었다가 해고된 스타 앵커가 방송계로 컴백한다. 크리스 쿠오모(52) 얘기다. 그가 곧 신생 케이블 채널인 뉴스네이션에서 진행자로 나선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추행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형 앤드루 쿠오모(64) 전 뉴욕주지사의 성폭력 논란을 덮는 데 적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해고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쿠오모가 새롭게 맡는 뉴스 프로그램은 CNN에서 진행했던 ‘쿠오모 프라임타임’과 마찬가지로 황금시간대 한 시간 분량으로 진행된다. 그가 새롭게 몸담게 된 뉴스네이션은 전국 지역방송을 소유한 넥스스타 미디어그룹이 지난 2020년 9월 ‘편견 없는 뉴스 보도와 분석’을 모토로 시작한 신생 채널이다. 넥스스타 임원 션 콤프턴은 “쿠오모를 영입해 뉴스 보도와 토크쇼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 vs 신생 채널…영향력 회복할까
다만 글로벌 언론사인 CNN과 신생 매체인 뉴스네이션의 역량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쿠오모가 예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CNN의 ‘쿠오모의 프라임타임’은 지난 2020년 평균 시청자 수가 200만명에 달하는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었지만, 뉴스네이션의 지난해 황금시간대 프로그램 시청자 수는 평균 4만6000명 수준이었다.
CNN에서 잘 나가던 쿠오모의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쿠오모는 지난해 8월 형 쿠오모 전 주지사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전후로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연말까지도 제프 저커 당시 CNN 최고경영자(CEO)의 지지 속에 아무 징계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 그해 11월 말 뉴욕 검찰이 관련자 증언과 문자메시지 등을 공개하면서 회사에서 무기정직 처분을 받고 해고됐다. 이 과정에서 저커 전 CEO의 사내 연애가 드러나면서 결국 사퇴했다.
쿠오모는 26일 뉴스네이션 앵커 댄 에이브람스와의 인터뷰에서 “형을 도우면서 그 누구에게도 잘못된 지시를 한 적은 없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형과 관련된 보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한 적은 없다”면서다. 그는 또 “(저커 전 CEO에게도) 결코 거짓말을 한 적이 없고 우리 사이에 비밀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이 한창일 당시 형을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에 등장시켜 "형 엄마가 전화 좀 하래"라며 짓궂게 놀리는 등 우애를 유별난 방법으로 과시해 화제를 모았다.
우크라에서 프리랜서로 깜짝 등장
쿠오모는 지난 6월 말 해고 후 처음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근황을 전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프리랜서’로 소개하고 우크라이나에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활동 모습과 현지 곡물 수출현황 등을 취재한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내가 있는)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은 격렬하고 파괴적이다. 왜 이에 대한 보도는 이렇게 없나”라며 기성 언론의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 행태를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취재를 무슨 비용으로 어떻게 하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최근 개인 방송 ‘크리스 쿠오모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첫 방송에서 그는 쿠오모 형제 논란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모든 것이 끝나게 된 방식은 후회스럽지만, 가족을 도운 일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전 직장인 CNN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그립다”며 험담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CNN을 절대 싫어하지 않겠다. CNN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있고 큰 목적을 갖고 있다”면서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는 내가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나는 이전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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