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오면 '이재명 청문회' 된다..李가 피하고 싶은 결선 상대

28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8ㆍ28 전당대회 예비경선 결과는 향후 한 달간 야당 정국을 뒤흔들 수 있는 분기점으로도 주목받는다. “본선 진출 상수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의 경쟁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민주당이 일대 혼란에 접어들 수 있다”(수도권 재선)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열리는 예비경선은 중앙위원 선거인단(383명) 70%와 국민 여론조사 30%의 비율로 본선 진출자 3명을 뽑는다. 설훈ㆍ김민석ㆍ강병원ㆍ강훈식ㆍ박용진ㆍ박주민ㆍ이재명 의원(선수+가나다순)과 이동학 전 최고위원 중 5명은 탈락한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이 의원의 본선 진출이 유력한 가운데, 나머지 두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가 당내 최대 관심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을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는 모습. 이날 출마 선언에 맞춰 그의 지지자 100여명이 소통관을 찾았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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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측이 바라는 그림은 박주민ㆍ강훈식 진출

이 의원 측에선 친명계 박주민 의원과 과거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강훈식 의원이 동반 진출하는 그림을 이상적 대진표로 꼽는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둘은 ‘사법리스크’ 공격을 거의 안한다”며 “박ㆍ강 후보와 대결하면, 본선이 네거티브가 아닌 비전 대결로 흐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 예비후보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포토섹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 비대위원장, 이동학, 이재명, 강훈식, 강병원, 박주민 당대표 예비후보, 도종환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 뉴스1

박 의원은 출마 선언 전 이 의원과 출마 여부를 상의하는 등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다. 다른 97(90년대 학번ㆍ70년대생) 주자들이 ‘이재명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할 때도 그는 “특정 몇 명이 선거를 다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해 7월 이재명 대선 경선 캠프에 영입된 박주민(오른쪽) 의원이 이 의원과 손을 잡고 찍은 사진. 왼쪽은 이재정 의원. 이재정 의원 페이스북 캡처

또 ‘본선 진출 후 반명 단일화’라는 의제에도 그는 “가치나 혁신에 대한 접점이 필요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의원의 불참으로, 결국 비이재명계의 본선 단일화 공동선언은 흐지부지됐다. 그래서 이재명 의원을 지지하는 초선 모임 ‘처럼회’에선 최근 “예비경선에선 박주민 의원을 통과시켜주자”는 내부 결속도 다졌다고 한다. 처럼회 소속 의원은 20여명이다.

강훈식 의원은 출마 선언 때만 해도 이 의원을 겨냥해 “연고도, 명분도 없는 지역(인천 계양을)의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기본과 상식을 무너뜨렸다”고 직격했지만, 이후 점차 비판 수위를 낮추고 있다. “특정 의원에 대해서 사법리스크 운운하는 사람은 당 대표 자격이 없다”(지난 19일 본지 인터뷰)고 맞서는 등 이 의원을 변호하는 발언도 했다.

26일 JTBC 토론회에선 비이재명계 후보 단일화를 두고 박ㆍ강 의원이 비슷한 주장을 수차례 펼치면서 “두 사람이 똑같다”(강병원 의원)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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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ㆍ강병원ㆍ박용진 올라오면…‘이재명 청문회’ 전대

반면 이낙연계 좌장 설훈 의원, 친문계 강병원 의원, 소장파 박용진 의원 중 2명이 올라올 경우엔 2대 1로 이 의원을 몰아붙이는 ‘이재명 청문회’ 전당대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당 대표 후보자들의 본선 TV 토론 횟수를 9차례로 확정 지으면서, 원치 않더라도 수시로 얼굴을 맞대야 한다.

설훈 민주당 의원. 김경록 기자

‘다 대 일’ 구도는 지난해 대선 경선 때도 등장했다. 당시 수차례의 TV 토론회에서, 이낙연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다른 후보들도 “궁예도 아니고, 내가 척 보면 안다는 식의 이재명식 관심법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박용진 후보) “누가 문제를 제기할 땐 수용하는 노력도 해라”(정세균 후보)는 비판 대열에 함께 했다. 이에 흥분한 이 의원이 고성을 지르거나 “바지라도 내릴까요” 같은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4일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왼쪽부터)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에서 열린 대선 후보자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설훈 의원은 일찌감치 “이재명이 당선되면 당이 분열될 것”이라고, 강병원 의원 역시 “사법리스크는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다.이재명이 당선되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오를 것”(지난 19일 본지 인터뷰)이라고 공세를 벼르고 있다. 박용진 의원도 전날 JTBC 토론회에서 “‘어대명은 또 다른 패배로 가는 막다른 골목”이라고 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