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8조 증발' 테라와 한몸 의심..檢, 커널랩스 출국금지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인 커널랩스를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 21일 이틀에 걸쳐 커널랩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최근 이 회사 직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검찰은 코인 발행사인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와 컨설팅 회사인 커널랩스를 사실상 ‘한 몸’으로 의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 25일부터 커널랩스 직원 다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연일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달 28일 검찰 정기 인사 뒤 재편된 테라·루나 수사팀은 지난 20일부터 업비트·빗썸 등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7곳과 테라폼랩스의 초기 투자자였던 두나무앤파트너스, 테라폼랩스 관계사 커널랩스·차이코퍼레이션·더안코어컴퍼니·플렉시코퍼레이션,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의 자택 등 총 15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를 통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한 뒤 첫 소환 대상이 커널랩스인 것이다.
커널랩스는 테라폼랩스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블록체인 컨설팅 회사다. 테라·루나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 상에서 스테이블 코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 및 장치’ 특허권을 보유한 회사이기도 하다. 해당 기술의 발명자 중 한 명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다. 커널랩스는 최근 언론을 통해 테라폼랩스와는 별개의 회사라고 주장했지만, 업계에서는 루나 사태 직전 청산한 테라폼랩스의 한국법인 테라폼랩스코리아를 대신해 사실상 테라폼랩스 한국지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권 대표가 루나 사태 직후 테라2.0 개발 계획을 밝힐 때 핵심 인프라 구축 회사로 소개한 곳도 커널랩스다. 커널랩스 대표 김모씨는 테라폼랩스 기술파트 부사장과 테라폼랩스코리아 감사를 지낸 이력도 갖고 있다. 전직 테라폼랩스 직원인 강형석 스탠다드프로토콜 대표는 “커널랩스 직원이 테라폼랩스코리아 사무실에서 근무했고, (테라폼랩스코리아에서 근무한) 병역특례요원도 커널랩스에서 고용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왜 굳이 커널랩스 출입증을 끊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커널랩스 직원들을 상대로 테라 개발 초기부터 약 48조원이 증발한 루나 사태가 발생하기까지의 경위, 권 대표를 중심으로 한 수상한 자금흐름 등에 대해 추궁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최근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권 대표 등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국내의 복수의 커널랩스 직원들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앞서 조사를 받은 참고인의 경우 언론 인터뷰에 응한 전직 테라폼랩스 직원이나 외부 전문가 등으로 사건 전반을 파악하기 위한 ‘스터디’에 가까웠다면, 이번 참고인 소환은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를 포착한 데 따른 핵심 인물에 대한 본격 조사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피의자는 사기와 유사수신 혐의로 고소된 권 대표 등 테라폼랩스 창업자들이지만 수사 진척 여부에 따라서 추가 피의자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들은 암호화폐 테라·루나가 서로 연동하며 ‘1테라=1달러’로 가치가 유지되도록 한 스테이블 코인 알고리즘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코인 개발과 발행을 강행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테라폼랩스가 개발한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플랫폼 ‘앵커 프로토콜’에 테라를 예치하면 연 19.4%의 고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신규 투자금으로 이를 돌려막은 혐의(유사수신)도 받는다.
다만, 수사팀은 기술적으로 두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여전히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현재 수사팀엔 단성한 합수단장을 중심으로 합수1팀(팀장 이승학) 검사 3명,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 검사 2명 등이 투입된 상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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