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핵심명단 곧 보고..尹의 고민은 이재용·신동빈이 아니다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는다.”→“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특별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경제인 사면에 대해 “처벌이 이뤄졌고 괴로움도 충분히 겪었다면 사면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 보다 발언 수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이날 한 총리의 발언은 국회 교육·문화·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의 질문에 답하며 나왔다. 정치권에선 국무총리가 공개석상에서 특별사면 건의를 공식화만큼 기업인 사면이 급물살을 타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핵심 사면명단 尹보고 예정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본격적인 광복절 특사 작업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에게 보고할 핵심사면 대상자 명단도 추려 둔 상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차적으로 윤 대통령이 직접 판단할 사면 대상자 명단은 거의 완성됐다”며 “이번 주 중 대통령 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수감 중인 창원교도소를 포함해 전국 수감시설에서 광복절 특사와 함께 실시할 가석방 심사 대상자 명단을 취합중이다.
여권에 따르면 해당 명단의 규모는 수백 명 수준이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규모가 더 늘어났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인사들인 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 전 지사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차 검토는 말 그대로 1차 검토일 뿐”이라며 “최종 대상자는 윤 대통령의 결단 전까진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12일 임시국무회의 발표를 목표로 사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광복절 특사가 향후 국정운영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갇힌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새로운 악재가 될 가능성도 병존한다. 경제인 사면은 ‘경제살리기’란 명분과 맞물려 큰 부담이 없다는 분위기다. 여권에선 한 총리의 발언 이전부터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의 복권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이명박과 김경수 두고 고심
문제는 정치인이다. 건강상의 문제로 형집행정지 중인 MB의 사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반대 여론과 함께 김 전 지사 사면 문제와 맞물려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다. 윤 대통령이 지난 22일 도어스테핑에서 MB사면의 반대 여론이 높다는 질문에 “국정이라는 것은 헌법 가치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정서가 함께 고려돼야 하지 않겠냐”라며 “너무 정서만 보면 현재에 치중하는 판단이 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한 여론조사(19~20일, 성인 1022명 조사)에선 61.2%의 응답자가 MB 사면에 반대했다.
여권에선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김경수·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댓글로 대선기간 여론을 조작한 중대한 사건”이라며 “사면은 주고받기가 아니다. 대선 여론조작 사범을 끼워 넣어 달라는 요구는 정의롭지도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도 않는다”고 썼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의 동시 사면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한 이들을 풀어주는 것이 국민 통합과 협치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사면에선 여야 인사 간의 형평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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