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공정
“우영우가 강자에요. 모르겠어요?”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화에 등장한 대사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성을 동시에 지닌 주인공이 간신히 직장에 들어가자, 이를 부정 취업이라 주장하는 한 동료 변호사의 분노에 찬 외침이다.
그의 다음 대사는 이렇다.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아. 우영우는 우리를 매번 이기는데,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 돼. 왜? 자폐인이니까.(중략)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또 나왔다. 저 ‘공정’이란 단어 말이다. 공정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힘세고 흔한 단어다. 지난 몇 번의 정권교체가 공정의 기치 아래 이뤄졌고 주요 선거 때마다 공정 아젠다는 필승 전략이었다. 공정은 한국 사회의 온갖 문제를 재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거의 유일한 기준이자, 절대 넘어선 안 될 최후 보루가 됐다.
공정의 사전적 정의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이라는 산술적 평등을 뜻하는 공평에, 올바름이란 윤리적 판단을 결합해 공정이 완성된다.
두 개의 기준을 가진 공정은 곧잘 무적의 논리가 된다. “불공정”을 외치는 이들은, 상대방이 ‘평등의 엄밀함’을 범했다고 비난하다, 다음 순간엔 ‘부도덕하다’고 질타한다.
공정이 반드시 지켜야 할 숭고한 가치인 건 맞을까. 신경과학자이자 문학가인 앵거스 플래처는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에서 “우리 뇌는 공정에 대한 욕망을 타고났다”고 설명한다. 공정이란 인간이 이성을 챙기고 벼려서 얻어낸 고차원적 철학이 아니라, 침팬지·고릴라도 갖고 있는 선천적 갈망이란 것이다.
공정은 대단히 강력한 신경학적 욕구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사회적으론 집단폭력이나 잔인한 처벌을, 개인적으론 고립과 증오심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공정의 부정적 결과를 방지할 뇌의 균형추가 바로 ‘공감’이다. 대뇌 피질에서 작동하는 공감은 상대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정상참작 요인을 찾아낸다. 저자는 공정과 공감을 오가는 내면의 저울이 균형을 이룰 때 사회가 유지된다고 조언한다. 공정의 외침만큼, 공감의 목소리가 커져야 하는 이유다.
박형수 국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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