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급 이상, 경찰대 출신 비율 10년새 43%→62%
“경대(경찰대) 출신 아니면 서러워서 살겠나.”
2010년 개봉한 범죄 스릴러 영화 ‘부당거래’의 주인공 최철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반장(경감·황정민 분)의 대사다. 순경 출신인 그는 수사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경정 승진 심사에서 경찰대를 졸업한 박동진 반장(김원범 분)에게 밀린다. 물론 영화에선 경찰대 출신과 순경 출신 간 갈등을 지나치게 극화했지만, 경찰대 출신이 승진에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6월 기준 경찰서장급(총경) 이상 간부(753명) 중 62.2%(468명)가 경찰대를 졸업했다.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경찰대 출신 총경급 이상 간부 비율은 42.7%였다.
현직 경찰 고위직을 단순 비율로 계산하면 경찰대 출신 100명 중 14명이 총경 이상이다. 반면에 순경이나 간부후보생, 특채 등 비(非)경찰대 출신은 1000명 중 2명꼴로 총경 이상의 계급장을 달고 있다. 경무관 이상으로 올라가면 더 심해진다.
경찰대는 엘리트 경찰 간부 양성을 위해 설치한 특수대학이다. 1981년 개교 당시 경찰대 경쟁률은 220.5대 1이었다. 4년간 학비가 전혀 들지 않는 데다 군 복무 의무가 경찰 근무로 대체되기 때문이었다. 또 졸업 후 초급 간부인 경위로 임관한다는 장점도 작용했다.
경찰대는 경찰 조직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경찰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무부 치안본부였던 경찰이 외청으로 독립해 성장하는 데 경찰대 출신이 기여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에 경찰대 출신 순혈주의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다.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주요 근무 선호 지역 경찰서 과장급 이상이나 경찰청 주요 부서(경비국 등) 과장급 자리는 대부분 경찰대 출신이 꿰차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대 출신이 선후배 인맥을 동원해 승진에 유리한 핵심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계급이 올라갈수록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에 포진하게 됐다는 게 행정안전부의 설명이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경찰청 본청 계장급(경정) 이상 간부 가운데 61.1%가 경찰대 출신이었다. 이에 대해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는 “경찰청의 주류가 경찰대 출신인데, 이들이 직접 하위직 인사를 맡으니 차기 승진 가능성이 높은 보직에 경찰대 출신을 배치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이번에 정부가 경찰국으로 인사권을 이관하려고 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며 ‘총경 모임’을 제안한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도 경찰대 출신이다. 당시 이 모임에 참석한 56명의 총경급 인사 중 40여 명이 경찰대 출신으로 알려진다.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를 제안한 김성종 광진경찰서 경감도 경찰대 14기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어느 조직이든 전체 인원의 3% 미만인 특정 집단이 고위직의 60% 이상을 독식한다면 해당 조직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대 위상과 성격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희철·이수민·나운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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