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마블도 눈독..이 목소리 뭐길래 총조회수 1000만 됐나

황지영 2022. 7. 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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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920년대 라디오 보급과 함께 시작된 ‘라디오드라마’가 부활했다. 다양한 오디오 플랫폼을 타고 ‘오디오드라마’로 진화하면서 변신 중이다. 오디오 콘텐트는 특히 1020에 인기가 좋다. 라디오 전파에 의존하지 않아 자유로운 시간에 청취할 수 있고, 제작을 하거나 작가, 배우로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는 점이 유인 요소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네이버·카카오·CJ ENM 뛰어들어


네이버는 웹툰, 웹소설 지적재산권(IP)을 적극 활용하며 오디오드라마에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의 ‘오디오드라마 톱100 차트’ 상위권 중 대부분이 원작을 두고 있다. 최근 오디오드라마 차트 1위에 올라 있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네이버 웹소설 분야에서 3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인기작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웹툰으로 연재되고 있고 드라마로도 나올 예정이다. 128회로 나눠져 성우들이 연기하는 이 작품은 조회수가 회당 7만~9만 사이다. 약 10만명이 북마크(구독)를 해 두고 찾는 콘텐트다. 또 다른 인기 웹툰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는 팬 펀딩으로 목표 금액의 873%(8억2993만6000원, 7700명 참여)를 달성해 ‘오디오웹툰’으로 제작 중이다. 오디오 웹툰은 원작 웹툰을 별도 각색 없이 영상 형식으로 제작한 후,성우의 더빙과 음악,음향 을 포함한 다양한 효과를 결합시킨 형태다.

네이버웹툰 노승연 글로벌 IP 사업실장은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흡인력 있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호감도와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 맛깔나는 대사 호흡이 성우의 연기와 잘 어우러져 원작 팬들뿐만 아니라 오디오드라마 청자 및 성우 팬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는 추세”라고 말했다. 네이버에선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트도 만들어진다. 네이버 음악 서비스 바이브에서 공개된 첫 번째 오디오무비 ‘층’은 프로파일러 강호(이제훈)과 사건 담당 경위 지호(문채원)이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로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오디오 탭 신설 이후 바이브 앱 일평균 신규 설치 수가 2배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시리즈의 대표작 '내 남편과 결혼해줘', 카카오페이지의 대표작 '사내맞선' [사진 각 사]

카카오페이지는 많은 편수를 제작하진 않지만 웹소설, 웹툰, 영상물을 연계한 시도를 하 있다. 인기 작품의 팬 서비스 성격이 강한 오디오 콘텐트가 눈에 띈다. 지난 5월 공개한 배우 이준, 에이핑크 박초롱이 참여한 ‘아파도 하고 싶은’을 비롯해 국내 정상급 성우와 인지도 높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특징이다. 웹소설·웹툰·TV 드라마로 만들어진 카카오의 ‘수퍼 IP’인 ‘사내맞선’도 오디오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주목받았다.

CJ ENM은 오디오북 서비스 플랫폼 윌라와 손을 잡았다. CJ ENM의 신인 창작자 발굴 지원 사업 ‘오펜’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단막극 형태로 제작한다. tvN ‘갯마을 차차차’의 신하은 작가, MBC ‘나쁜형사’를 집필한 강이헌 작가 등이 참여한 23개 작품을 엄선해 오디오드라마로 제작하고 순차 공개하기로 했다.

소자본 플랫폼은 장르를 차별화하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힐링 콘텐트를 선보이는 ‘나디오’는 숏폼 형태로 잠들기 전에 듣기 좋은 작품을 만든다. 웅진씽크빅이 만든 키즈 오디오 플랫폼 ‘딸기콩’에서는 ‘토이스토리’, ‘겨울왕국’, ‘미녀와 야수’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성인인증이 필요한 ‘플링’은 여성향 오디오 드라마 플랫폼으로 ‘로맨틱 ASMR’을 전문으로 한다. 지난해 4월 앱 출시 이후 누적 15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일본 시장 진출까지 꾀하고 있다. 플링을 운영하는 센슈얼모먼트 관계자는 “드라마와 웹툰에 이어 오디오 콘텐트의 한류가 올 것”이라며 “플링 오리지널 콘텐트 IP를 기반으로 오디오 드라마의 한류 열풍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한류 상품 될까


오디오 콘텐트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전체 오디오 플랫폼 콘텐츠 시장 규모가 2019년 220억 달러(약 26조3000억원)에서 2030년 753억 달러(약 9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피니트 다이얼 2021 서베이’는 “12세 이상 미국인 중 62%(1억7600만 명)가 매주 온라인으로 라디오를 듣는다고 답했으며, 이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라고 분석했다. 스마트 스피커 등의 기술 발달도 오디오 콘텐트에 대한 수요를 늘어나게 했다.

유망한 시장임을 판단한 아마존은 미국 최대 팟캐스트 콘텐츠 제작사인 ‘원더리’를 인수하고 올 3월부터 오디오 플랫폼 ‘오디블’ 통해 유명 할리우드 배우를 캐스팅한 오디오드라마를 선보였다. 오디블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그라운드오디오와도 독점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마블은 올드맨 울버린(로버트 패트릭)을 비롯한 ‘올드맨 어벤져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오디오드라마 ‘웨이스트랜더스’(Wastelanders) 시리즈를 공개했다.

마블 팟캐스트에서 제공하는 귀로 듣는 히어로 드라마 [사진 디즈니+ 마블 홈페이지]

국내에서도 연극 무대와 스크린으로 오디오드라마를 옮기는 시도가 꾸준하다. 우란문화재단이 시도한 오디오극 ‘플라이트’는 비행기 티켓처럼 생긴 표를 내고 입장하면 여객기 이코노미 객실로 구현한 극장 공간에 앉아 헤드폰을 쓰고 30분가량 소리로 듣는 작품이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은 하반기 오디오무비 ‘극동’을 내놓는다.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차지하는 자들의 이야기로 김강우, 유재명, 곽동연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드라마 ‘싸인’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은 플로와 손잡고 3부작 오디오 드라마 제작 과정과 완성물을 오디오 콘텐트로 공유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오디오드라마(오디오북 등)는 한국은 물론이고 북미 등에서 부상하고 있는 장르이자, 음성 기반 콘텐트라는 점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늘 사랑받아온 콘텐트다.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갖춘 IP가 셀러브리티 등 다양한 역량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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