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비판했다고 와인병 던진 변호사..특수상해 불구속기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중앙일보 기자에게 탁자를 뒤엎으며 와인병을 던져 상해를 입힌 변호사가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변호사는 폭행 당시 "내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출신이다”, "내 아내는 실세 청와대 행정관이다"라고 하면서 피해 기자를 자르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박혁수)는 폭행을 저지른 이모 변호사에 대해 특수상해와 협박, 재물손괴 혐의 등을 적용해 26일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 변호사가 품위 유지 의무를 어겼다며 정직 6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정직 6개월은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내려지는 중징계다.
공수처 A검사와 통화 직후 태도 돌변해 폭행 시작
이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중앙일보 기자와 처음 만나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자신과 평소 친분이 있는 공수처 소속의 A 검사와 통화를 한 뒤 갑자기 폭언과 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 변호사는 통화 직후 "XX, 니가 기사를 어떻게 썼길래 A 검사가 너를 X 같이 말하냐", "니가 잘못한 것"이라며 기자에게 욕설을 하며 태도가 돌변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변호사가 기자를 향해 와인병을 던지고, 유리잔 등 집기를 깨뜨려 기자의 손이 찢어지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데 대해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또 이 변호사가 "내가 민주당 대선 경선캠프에서 일했다", "내 아내가 청와대 선임행정관이고 문 대통령과 친한 실세"라며 인맥을 과시한 뒤 "회사에 얘기해 너를 자르게 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A 검사가 이 변호사에 언급했다는 기사는 사건 7개월 전인 지난해 4월 “김진욱 공수처장을 공식 추천한 이찬희 전 변협 회장이 사천(私薦)을 통해 변협 부회장 출신인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 공수처 인사에 두루 개입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한 기사였다. 초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지낸 뒤 공수처 출범 이후엔 인사에 관여할 권한이 없던 이 전 회장이 공수처 차장, 공수처장 비서관, 공수처 검사 등에 사적 친분이 있던 이들을 추천해 임명되도록 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내용이다.
이 전 회장 재임 시절 변협 집행부 출신으로 공수처에 채용된 A 검사 역시 '이찬희 라인'으로 기사 내용에 포함됐었다. 이 때문에 이 변호사가 해당 보도에 대한 A 검사의 불만을 전해 듣고는 보복 폭행을 벌인 것인지 여부도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이 변호사는 이 밖에도 피해 기자에 "여자친구와 진도 어디까지 나갔냐"라고 묻고, 기자가 "이런 말 하지 말라"고 답하자 "내가 왜 서초동 또라이인지 보여줄게"라며 주먹으로 때릴 것처럼 준비 행동을 한 사실도 변협 징계위에서 확인됐다. 이 변호사는 변협 징계에 불복해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한 상태다.
이 변호사는 사건 이후 피해 기자에게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실수해서 죄송하다"며 "용서한다는 말 한마디만 해달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당초 경찰에 단순 폭행 혐의로 입건됐지만, 이후 ‘특수상해’ 혐의로 바뀌어 검찰에 송치됐다. 특수상해는 위험한 물건으로 상대를 다치게 의도가 명백할 때 적용되는 혐의로 벌금형이 없고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만 가능하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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