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입 다물게 한 이탄희 "대우조선 불법엔 왜 한 마디 없냐"
[조혜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유최안 씨가 점거 농성을 펼친 철골 구조물과 동일한 크기(0.3평)의 사진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펼쳐 보이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법치주의는 사람을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사람을 보호하는 것도 법치주의입니다. 부자들만 싫어하는 거 불법 딱지 붙여서 하는 법치주의는 편파적 법치주의지요."
27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과정을 복기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지난 대응은 "부자들을 위한 법치주의"라고 진단했다.
근거는 윤석열 정부가 유최안씨의 가로·세로·높이 1미터 철제 구조물 속 농성을 끊임없이 불법으로 규정하고, 특공대 투입 여부까지 검토한 과정에 있었다. 하청노동자들이 농성에 이르게 된 원인인 기업 책임은 이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한 총리에게 유씨가 농성한 구조물 속 공간 크기의 현수막을 펼쳐보이며 "여기서 허리 굽히고 기저귀 차며 한 달 버틸 수 있겠나"라고 묻기도 했다. 총리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농성 이른 과정 아나" 묻자 이상민 "의원이 말해봐라, 계속 묻지 말고"
이상민 장관은 앞선 질의에서 "특공대 투입 지시를 한 적 없다"고 밝힌 바와 달리, 이탄희 의원의 질의엔 다른 뉘앙스의 답을 내놨다. "일반 경찰력으로 시위 진압이 현저히 곤란한 시설 불법 점거의 경우 특공대를 투입할 수 있다"며 특공대 투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에 "불법점거라는 사실을 수사와 재판을 하지 않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라면서 "통일부장관은 북송된 살인 혐의자를 수사나 재판하지 않고 살인자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하던데, 자국민인 하청노동자는 왜 그렇게 대하나"라고 질타했다. 파업과 점거에 이르게 된 과정을 살피지 않고 어떻게 무조건 '불법'이라고 규정하느냐는 지적이었다.
이 장관은 이 의원이 파업의 원인이 된 '과정'을 재차 묻자 "(의원이) 말씀해보시죠, 계속 묻지 마시고"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이에 "이 자리는 대정부 말씀이 아니라, 대정부 질문이다"라고 지적하면서 "(과정을) 검토도 안 해보고 처음부터 불법행위라고 선언했냐"고 말했다.
▲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6월 22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철판을 붙여 만든 공간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
ⓒ 금속노조 |
[장면 1] 집단폭행, 집단손괴
이탄희 : "(영상을 제시하면서) 20일 동안 있었던 일의 극히 일부다. 하청노동자 한 명을 100명가량이 에워싸고 휴대폰을 빼앗아 바닥에 던지고 끌어내렸다. 여성노동자들은 박스 더미 밑에 숨어 있었는데, 잡아 끌어내린다. 이거 집단 폭행, 집단 손괴 아니냐."
이상민 : "제가 판단할 지위가 아니다."
이탄희 :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2조 2항, 7년 이하의 징역. 이것도 판단 못하나."
이상민 : "화면만 보고 판단하라고 한다면 무리한 요구다."
[장면 2] 특수상해
이탄희 : "아무것도 확인을 안 하셔서 보여드리는 거다. 이 과정에서 50대 여성이 전치 12주의 상해를 당했다. 특수상해, 형법 258조 10년 이하의 징역. 이건 불법 아닌가."
이상민 : "구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장면 3] 흉기에 의한 협박
이탄희 : "원청이 만든 단체 카카오톡방이다. '하나씩 박멸하자' '산탄총, 공기총 들고 간다, 잠자지 마라' ... 여기 하청노동자들도 초대되어 있었다. 흉기 협박, 형법 284조 위반. 불법 아닌가. 이런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나."
이상민 : "상당히 위협적으로 들린다."
[장면 4] 농성의 원인
이탄희 : "그럼, 유최안씨가 배 안으로 들어간 이유는 아나."
이상민 : "원청과 하청..."
이탄희 : "이 전치 12주가 나오는 폭력을 피하려고 있을 곳을 찾다가 배 안으로 들어간 거다. 유조선의 밑바닥, 그 구조물에 들어 갔다. 용접공이니 끌려나갈까봐... 가진 도구 가지고 용접한 거다. 이거 알았나."
이상민 : "자세한 사실 관계는 모른다."
이탄희 : "그것도 모르면서 불법이니 경고한다, 이 말만 앵무새처럼 말하나."
이상민 : "(구조물에 들어간) 자체만 보면 불법이다. 그 경위에 정상참작할 사유가 있느냐는 별도의 문제다."
이탄희 : "어떻게 이 모든 과정에서의 불법에는 단 한마디 말도 없나."
[장면 5]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이탄희 : "왜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런 불법들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나. 그것 뿐만 아니다. 조선소의 작업 환경은 극도로 위험하다. 20m 고공에서 안전 그물망도 없이 일한다. 이거 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아닌가? 168조 위반이다. 징역 5년 이하, 벌금 5천만원 이하.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가로세로높이 1m 철판 안에 몸을 가두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최안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무대화면을 통해 비정규직 차별 철폐에 함께 투쟁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 유성호 |
한덕수 "대우조선의 무책임한 경영"... 이탄희 "정부 책임도 있다"
이 장관은 이 의원의 이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편파적 법치주의"라는 이 의원의 질타에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을 반복했다.
다만 한덕수 총리는 앞선 질의 답변 과정에서 "22년차, 23년차 숙련 하청노동자들이 받는 급여는 200만 원대로, 총리가 김앤장에서 연봉 5억대를 받을 때 하루 일당이다. 이 돈을 받고 4인 가족이 살만 하겠나"라는 이 의원의 질의에 "매우 어렵겠죠"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이어 "대우조선 자체의 경영이 대단히 잘못됐다"면서 "무책임한 경영으로, 기업 자체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에 "기업 책임 뿐 아니라 정부 책임도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30년 간 검사만 하다 대통령이 되신 분이라 민생을 모른다. 총리가 보완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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