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TSMC 韓공장도 없는데..'GAA 특허' 삼성보다 많다 왜
지난 25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내 극자외선(EUV) 전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인 ‘V1 라인’ 앞.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줄지어 섰다.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반의 최첨단 공정을 적용한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파운드리 제품 출하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GAA 기반 3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전력 효율과 성능을 높인 기술로, 한마디로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한 ‘비장의 무기’다. 지난 1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3.6%였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3분의 1 수준인 16.3%를 기록했다.
여기서 문제는 특허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승부수’로 꼽히는 GAA 3나노 제품 양산에 성공했지만, 특허 출원에서는 TSMC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특허는 이른바 ‘미래 기술’ 경쟁력의 집약으로, 향후 기술 패권과 시장 리더십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카드로 꼽힌다.
TSMC, 연간 GAA 특허 출원 6→519건
27일 특허청에 따르면 TSMC의 2020년 GAA 관련 세계 특허 출원 수는 519건으로 집계됐다. 2012년 6건에서 2017년 150건, 2019년 360건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2019~20년엔 150건 이상 늘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2020년 217건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제품 양산에 먼저 성공했지만 기술 특허에서는 TSMC와 두 배 이상 격차가 있다는 얘기다. 2007~2020년 특허 점유율로 따지면 TSMC가 31%에 달한다. 이어 미국 인텔(24%), IBM(19%) 순이었다. 삼성전자18%로 4위에 그쳤다.〈그래픽 참조〉
이 기간 중 GAA 특허 출원 수를 모두 더하면 TSMC는 1544건, 삼성전자 905건으로 TSMC가 639건 더 많다. TSMC의 전체 특허 출원 수 중 2019~2020년 출원한 특허 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GAA 기반의 3나노 공정에 본격적으로 적용한 2017년부터 TSMC의 GAA 기술 특허 출원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TSMC가 한국 특허청에 출원한 GAA 특허 수 역시 최근 크게 늘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8년 9건이던 TSMC의 한국 내 GAA 특허 출원 수가 2020년 89건으로 급증했다. 한국 내 TSMC의 전체 특허 출원 수는 2007년 24건에서 2020년 588건으로 늘었다. TSMC가 최근 출원한 GAA 특허로는 GAA 구조의 반도체 제조 방법인 ‘반도체 디바이스 및 그 제조 방법’ ‘트랜지스터 게이트 프로파일 최적화’ 등이 있다.
2019~20년 한국서 특허 출원 급증
이 같은 TSMC의 ‘특허 선점’에 대해선 전문가 견해가 엇갈린다. 기업마다 기술 적용 방식이 달라 당장 삼성전자의 고사양 제품 양산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안정적 수율(정상품 비율)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술 개선 시 타사의 특허가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며 “TSMC가 공장도 없고, 주요 판매 시장이 아닌 한국에서 GAA 특허 출원을 늘리는 것은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특허는 기술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라며 “특허가 두터우면 미래를 위한 든든한 기반이 굵게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의지를 보여주는 특허 출원 건수도 중요하지만 질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TSMC의 특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삼성전자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 시장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2019~2020년 중국 시장에서의 특허 출원은 줄었지만 미국에서 출원 수는 늘었다. 메이저 업체 간 합종연횡도 변수다. TS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는 지난 2019년 “최장 30년간 특허 분쟁을 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맺으면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질적으론 삼성 앞서지만 “방어 전략 세워야”
TSMC는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일본 정부로부터 4000억 엔(약 3조8000억원)을 지원받 아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지난달엔 이바라키현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열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TSMC가 일본 기업들과 차세대 패키징(후공정)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서면서 특허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 TSMC 단독일 때와 일본 기업과 협업 시 특허경쟁력 지수를 비교하면 조립·검사 부문은 22배, 소재 부문은 19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2000년 처음 GAA 구조 연구를 시작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으니 기술에서 앞선 것은 맞다”며 “수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삼성전자의 제품 수율도 시간이 지나면서 높아지겠지만, TSMC는 수율을 미리 올려놓고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경향이 있어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기술 방어가 목적이라면 자국과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나라에서 특허를 출원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TSMC의 한국 내 GAA 특허 출원 추이를 봤을 때 삼성전자는 3나노 제품을 판매할 각국에서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특허 전략에 한층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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