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에 멍든 유통업계..공권력은 어디에

유오성 기자 2022. 7. 2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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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노사갈등 '몸살'

[한국경제TV 유오성 기자]
[앵커]

유통업계 노사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삼각파고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 노사갈등까지 덮친 형국입니다.

불법시위도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노사문제로 돌리며 사실상 방관하며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관련한 내용 유통산업부 유오성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유 기자, 파업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는 현장을 한 곳 다녀오셨다고요?

[기자]

네 제가 다녀온 곳은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입니다. 운임인상을 둘러싸고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두달동안 공장 도로 앞을 점유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곳입니다.

파업 화물차주들은 다른 차량이 공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공장 앞에 일렬로 차를 대 놓는가 하면, 불법 주정차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느리게 운전하는 등 일반 차량의 정상적인 주행을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현장에서 직접적인 마찰은 없었지만 물건을 싣고 나가는 다른 화물차주를 향해 욕설이 오가기도 하고, 불법을 직접 적발하겠다며 과적 단속까지 자체 실시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마찰이 빚어진 적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소주 제품 출고에 차질이 있는 상태고요.

점거 시위가 두 달간 지속되다 보니 시위가 한창 심할 때는 출고율이 30%대로 떨어지기도 했고, 지난 주말 이틀 동안은 대규모 시위로 아예 공장 문을 닫기 까지 했습니다.

지금은 정상 출고율을 거의 회복한 상태지만 부족한 출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야간까지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회사 측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노조에 속하지 않은 화물차주들도 업무시간이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든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실정입니다. 직접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철수 (가명) / 화물차주 :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거죠. 우리도 돈을 벌러 들어온건데..저희는 회사에서 불러서 온 입장인데 저희를 막고 모래를 던지고 계란을 던지고 저 행위는 아니라는 거죠. 저들이 파업을 하는 것은 좋은데 내부 직원들이나 국민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게 없잖아요. ]

[앵커]

노사 갈등이 넉달째 지속되고 있는데 핵심쟁점에 대해 노사 양측은 어느정도 합의점을 찾고 있나요?

[기자]

노조측 요구는 운임비 30% 인상, 공병운임 인상, 공회전 비용 지급, 차량 광고비 월 50만원 인상과 세차비 지급 등입니다.

골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보장해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하이트진로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는 점입니다. 노사문제에 개입했다가는 자칫 불법을 저지를 수 도 있는 것입니다.

[앵커]

노조는 하이트진로 공장 앞에서 시위를 하는데, 하이트진로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요 ?

[기자]

네 하이트진로 앞에서 시위를 하는 화물차주들은 정확히 말하면 하이트진로와 운송 계약을 맺은 수양물류 소속입니다.

법적으로 따지면 임금협상은 수양물류와 해야 하는 게 맞는 것입니다. 현행 하도급법을 보면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협의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하이트진로가 원청업체니까 수양물류 측에 압력을 넣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라며 이 같은 쟁의행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하이트진로가 원청업체로서의 책임은 다하겠지만, 이들과 직접 협상에 나서거나 개입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배경인 것입니다.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불법적인 시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노사문제로 돌리며 적극적인 개입엔 나서지 않는 상황입니다.

[앵커]

법적으로 개입이 불가한데, 점거시위로 여름 성수기 매출 피해까지 입고 있는 난처한 상황이네요. 그런데 요즘 특히나 유통업계에서 이런 불법 집회나 파업이 벌어지는 곳이 한 두곳이 아니잖아요?

[기자]

네. 요즘 유통업계가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같은 주류 업계인 오비맥주도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자 경기도 광주와 이천공장을 중심으로 다음달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결정된 상탭니다.

주류업계만 파업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데요. 파리바게뜨로 잘 알려진 SPC는 제빵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라며 반 년 이상 본사 앞을 점거하고 매달 수 차례씩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쿠팡도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폭염 대책 마련과 유급 휴게시간 보장 등을 이유로 본사 로비를 한 달 간 점거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본사 점거 농성은 풀렸지만 이 같은 노조의 행태를 두고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갈등이 워낙 첨예해 서로 간 이견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요. 정권이 바뀌면서 노조가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노조가 임금과 처우등과 관련해 정당한 주장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래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하는데, 앞서 설명을 들어보면 이런 경계를 넘어서는 경우도 많은 듯 합니다. 경제적 피해가 크기도 할텐데요.

[기자]

파업이 발생하면 그 만큼 생산이나 영업 활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기회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또 임금이 높아져 노동수요와, 자본수요, 생산 등이 연달아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실제로 노조 활동이 국가 경제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는데요. 한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노조조직률은 27.9% 증가했고, 파업 발생 건수도 113.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따라 일자리는 연평균 17만개, 실질 GDP는 10조 원, 실질 투자는 2조원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 됐습니다.

또 비용이 증가하다 보면 기업들은 손실을 메꾸기 위해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도 있고 이러다보면 물가 상승 요인을 자극해 고물가 시대가 계속해서 고착화 될 우려도 있습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보니 기업들은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조속히 사태 해결을 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파업 주체들을 향해 법과 원칙을 강조했지만 아직까지 이들에 대해 뚜렷한 책임을 묻지는 않고 있는 상황인데요.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기업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노동계 분위기가 강하다"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태에 대해선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앵커]

네 유 기자 잘들었습니다.
유오성 기자 os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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