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양 날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반진욱 2022. 7. 2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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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자 산업 불황에도..최대 실적 넘본다

형님인 삼성전자보다 주목받는 아우 회사가 있다. 전자 부품을 생산하는 계열사 삼성전기다. 전 세계적으로 IT·전자 산업이 주춤한 가운데서도 괜찮은 실적을 자랑한다. 주력 제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차세대 먹거리 산업인 FC-BGA(플립 칩 볼 그리드 어레이)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진 덕분이다. 전자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가 올해 ‘실적 선방’을 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3월 삼성전기는 부산 사업장에 3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사진은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 (삼성전기 제공),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1분기에 이어 2분기 선방 전망

▷전장용 MLCC로 수요 둔화 극복 성공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에 매출 2조6168억원, 영업이익 4105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4.2%, 영업이익은 15.1% 증가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기준 최고다. 전통적 비수기인 2분기 실적도 비교적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기가 2분기 매출 2조4627억원, 영업이익 3601억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52% 감소, 영업이익은 6.13%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기가 좋은 성적을 이어나가는 배경에는 주력 산업의 선전이 자리 잡는다. 무엇보다 회사 매출을 책임지는 주력 제품 MLCC가 굳건하다.

MLCC는 삼성전기의 핵심 먹거리 산업이다. 적층 세라믹 캐퍼시터라고도 불리는 MLCC는 반도체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등 전자제품 전반에 골고루 쓰인다. 본래 삼성전기 MLCC 사업의 ‘호실적’을 전망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올 초 경제 불황으로 가전·스마트폰 수요가 하락한 탓이다. 가전제품 생산량이 하락하면서, 부품인 MLCC 판매량이 덩달아 내려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시장 우려를 삼성전기는 고부가가치 제품, 특히 전장 쪽 수요를 확보하며 불식시켰다.

최근 들어 전체 삼성전기 MLCC 제품 중에서 전장용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까지 상승했다. 전장용 MLCC의 경우 높은 내구성과 신뢰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기술력을 높여 해당 장벽을 뚫은 것. 특히 최근에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파워트레인(자동차 동력 전달 장치)용 MLCC 제품까지 공개했다. 파워트레인용 고용량 MLCC는 평균구매단가(ASP)가 높다. 삼성전기가 추후 규모의 경제 효과 달성에 성공하면 압도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이 날로 성장세인 점도 호재다. 전기차는 차량당 탑재되는 MLCC 수량이 내연기관차량 대비 많다. 현재 삼성전기는 BMS(배터리관리시스템), OBC(On board Charger·전력변환기), 인버터에 쓰이는 MLCC를 공급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공급량이 늘어날수록 삼성전기 제품 수요가 덩달아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기의 전장용 부품 매출 확대는 좋은 신호다. 스마트폰 산업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매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새로운 수요처가 될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이다. 최근에는 전장용 MLCC까지 만들면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신성장동력 FC-BGA도 훨훨

▷서버용 기판으로 승부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FC-BGA 기판 사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FC-BGA의 정식 명칭은 ‘플립 칩 볼 그리드 어레이(Flip chip Ball Grid Array)’다. 반도체와 기판을 직접 붙이는 플립 칩(Flip chip) 방식으로 반도체와 기판을 연결(ball)해 격자(Grid) 형태로 배치(Array)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플립 칩 범프(Flip Chip Bump)로 연결하는 고집적(집적도가 높은) 패키지 기판이다. 반도체를 기판에 바로 붙이기 때문에 정보 처리 속도가 월등하다. 또 큰 기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량의 반도체를 기판에 붙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성능·고밀도 회로 연결을 요구하는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주로 사용된다.

FC-BGA 시장은 매년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13억달러 규모인 패키지 기판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6년 예상 시장 규모는 17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고급 기술을 요구하는 ‘하이엔드 패키지 기판’ 제품은 중장기적으로 연간 2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 4%, 파운드리 시장 5%, 패키징 시장 6% 가운데 가장 높다. 공급 과잉 우려도 없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FC-BGA의 갑작스러운 공급 과잉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2027년까지는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 FC-BGA 사업은 올해 들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분기 FC-BGA를 생산하는 패키지 솔루션 부문은 매출 5196억원, 영업이익 1007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두 배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20%를 달성했다. 주력 제품인 MLCC 다음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하이엔드 제품인 서버용 FC-BGA 기판 생산에 돌입한다. 서버용 FC-BGA는 반도체 기판 중 진입장벽이 가장 높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모바일에 탑재되는 패키지 기판이 아파트를 짓는 정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면, 하이엔드급 제품은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과 같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생산이 까다로운 만큼 가격은 월등히 높다. 판매단가가 PC용 기판보다 5~10배가량 비싸다.

2022년 3분기 시범 생산을 시작한다. 올해 3월에는 부산 사업장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서버용 기판 양산 라인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4년에 1000억원가량의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애플의 M시리즈를 비롯해 ARM 기반 프로세서용 기판도 주도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베트남 공장 투자에 이어 올해 부산 사업장까지 삼성전기가 FC-BGA 생산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기 역사상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 규모의 투자다. 향후 글로벌 기판 시장에서 ‘FC-BGA 강자’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게 목표다. 전통의 강자 일본 이비덴, 신코덴키, 대만 유니크론을 넘어선다는 것.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로봇, 클라우드,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미래 IT 환경에서는 AI가 핵심 기술이 되면서 AI 반도체 등 고성능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기술력 있는 패키지 기판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SoS(System on Substrate)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패키지 기판 기술을 통해 첨단 기술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9호 (2022.07.27~2022.08.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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