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공무원 군살빼기에..한동훈의 '합수단' 직제화 무산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5월 취임 일성으로 부활한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의 정식 기구 전환이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조직 효율화 등 국정기조에 따라 행정안전부의 직제 신설 반대의 벽을 넘지 못한 때문이다. 합수단은 현재 루나·테라 폭락 사태 등 대형 금융범죄를 수사 중이다.
2013년 처음 설치된 합수단은 비직제 부서로 유지되다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2020년 1월 폐지했고, 박범계 전 장관 시절 수사권 없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으로 운영되다가 한 장관이 부활시켰다.
檢,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불안정성 해소해야”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합수단이 협력단으로 운영되던 시절인 지난 4월 협력단을 정식 직제화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행정안전부가 최근 이를 반려했다고 한다. 정부 조직 및 인력 신설은 행안부 소관이다.
대검 관계자는 “협력단이 임시조직으로 운영될 때 예산 지원, 인력 배치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 불안정성을 갖고 수사를 하는 것보단 정식 직제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정식 직제화를 요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른바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던 합수단은 2013~2019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인력을 파견받아 증권범죄에 대한 수사를 도맡았다. 6년간 총 965명을 기소하고 346명을 구속했지만 2020년 1월 추 전 장관 재임 당시 검찰 직접수사 부서 축소 차원에서 폐지됐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취임 직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질의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폐지한) 공익 목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비판했었다.
文정부 116만명까지 늘어난 ‘공무원 줄이기’
협력단이 5월 합수단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행안부가 정식 직제화를 반려한 건 윤석열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중앙·지방 정부조직 효율화, ‘군살 빼기’를 내건 영향으로 풀이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정부에서 공무원 수가 많이 늘었던 부분을 효율화하기 위해 ‘통합활용정원제’를 실시하는 등 조치하고 있는데 검찰도 예외는 아니다”며 “2019년,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이미 검찰 내 60여개 비직제 조직을 정식 직제화한 데다, 이미 금융조사 1·2부를 비롯한 관련 부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통합활용정원제는 매년 각 부처 정원의 1%(5년간 총 5%)를 감축해 범정부 차원의 인력풀로 별도 관리하는 제도다. 향후 국정과제·협업과제 등이 있을 때 신규 인력을 새로 충당하는 대신 이 인력풀에서 활용해 현 수준의 정부 인력을 유지하는 내용이다.
앞서 윤 정부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체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전 부처 대상 조직진단에 착수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97만8000명이었던 공무원 수가 문재인 정부 때 116만3000명까지 늘어난 점을 고려한 조치다.
檢 “경제범죄 엄단”…행안부, “수시 전환 가능”
그러나 옵티머스자산운용 금융사기 사건 등 남부지검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서민 다중피해 경제범죄’에 대해 대검이 엄정 대응 기조를 밝히면서 합수단 정식 직제화 요청은 추후 다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합수단은 현재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1호 사건으로 삼고 압수수색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합수단장으로는 단성한(사법연수원 32기) 검사가 남부지검 부부장 검사로 인사 발령돼 단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합수단이) 임시조직으로 출범했다 하더라도 향후 성과를 평가해 정식 직제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면 법무부 건의를 거쳐 행안부에서 잘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동부지검의 보이스피싱 합수단과 향후 설치 예정인 조세범죄 합수단도 정식 직제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긴급한 경우 정식 직제화 외에도 수시 직제 전환 제도가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도 재심사 기회는 열려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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