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얼마 내놨길래.."땡큐 토니!" 9번이나 외친 바이든

이동현 2022. 7. 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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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으로 만나 220억 달러(약 28조9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9번이나 ‘땡큐. 토니(최 회장의 영어 이름)’를 외치며 “이번 발표는 미국과 한국, 동맹들이 귀환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회의에서 29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바이든 대통령, 연신 “땡큐 토니”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한국의 주요 대기업이 속속 동참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이 발표한 대미 신규 투자액은 605억 달러(약 80조원)에 이른다. SK그룹이 220억 달러, 삼성전자 170억 달러,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이 각각 105억 달러와 110억 달러다.

지난해 11월, 미국 방문에서 총 520억 달러(약 68조3000억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던 SK그룹은 이날 앞으로 투자할 220억 달러의 구체적인 사업 방안을 제시했다. 반도체 생태계에 150억 달러,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20억 달러를 투자한다. 그린 에너지 분야에도 5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제2공장 건설 현장.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를 투자한다. [사진 삼성전자]


최 회장은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이러한 협력은 핵심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SK는 현지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SK그룹이 2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단행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는 2025년 4000개에서 2만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최 회장을 직접 대면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이번 면담에는 미국 측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 장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배석했다. SK측에서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유정준 SK 북미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이 나왔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텍사스 주정부에 지난 5월 제출한 세제 혜택 신청서에는 향후 20년간 25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개를 짓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향후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할 부분이지만 대미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난 뒤 발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50억 달러의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놨다. [연합뉴스]


미국 투자 발표는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달 19~20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방한 등에 맞춰서 집중됐다. 조지아에 전기차·배터리셀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독대한 뒤 50억 달러의 추가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에 105억 달러의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

LG그룹은 미시간주 배터리공장의 생산능력을 늘리고,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를 통해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옐런 장관 방한 당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미국 배터리 공급망 현지화를 위해 2025년까지 1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공급망 재편 회오리 속 한국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했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Chip) 4’ 참여도 압박하는 중이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예민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공급망 구조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중국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가 이달 발간한 ‘한국은 미·중 기술 분쟁 노출에 대비해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은 다양한 ‘중간무역(intermediate trade)’ 형태로 엮여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중간무역이란 수입상품을 가공하거나 부가가치를 높여 재수출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중국에 있는 한국 합작사나 중국 기업이 한국 반도체를 수입해 제품을 조립한 뒤, 다른 중국 기업에 팔면 이 회사가 외국에 수출하는 식이다. 한 마디로 국적이 불분명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 중 중간무역 비중은 39.8%나 됐다. 중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금액에서도 중간무역이 30.5%를 차지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해 제품 수입을 금지하거나 관세를 높일 경우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피터슨연구소는 “중간무역과 중간재 교역으로 중국과 공급망이 얽혀 있는 한국은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는 것이 이득인 측면도 있지만 비용이 상승할 우려가 있고, 수출 기지의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첨단기술 분야와 한국 기업의 연관성을 면밀히 살피고 ▶국내 투자와 유턴 기업(생산시설을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활성화하며 ▶공급망 복원을 위해 IPEF 내에서 한국의 역할을 제고할 것 등을 주문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로 대기업들은 국내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앞으로 5년간 360조원을 투자한다. 당초 250조원에서 40% 이상 늘어난 액수다. SK그룹이 2026년까지 179조원을, 현대차그룹도 2025년까지 63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LG그룹은 106조원대 투자 계획을 내놨다.

박한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은 “중국과 로우엔드(low-end·저급) 기술, 중저가 제품 등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면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면서 서로 공생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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