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출신 기득권 불공정" 이상민 반격..'경란' 전열 깰까

위문희 2022. 7. 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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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일 경찰국 출범이 확정된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대 기득권 해체 카드를 꺼내 들면서 경찰 내부 반발이 소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경찰 안팎에선 다음 달 안에 꾸려질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 경찰대 출신 직급 조정을 비롯한 각종 경찰대 기득권 해체 방안이 논의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총경회의 참석자 70%가 경찰대 출신
이 장관은 지난 26일 업무보고에 앞선 사전 브리핑에서 “경찰대를 졸업하신 분은 경위부터 출발한다는 데 우리 사회의 불공정이 있는 거 같다”며 “개인적으로 일단 출발선상은 맞춰야되지 않겠느냐, 그것이 공정한 사회의 출발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 기자단 브리핑에서도 “대통령이 공약으로 발표한 경무관 이상 고위 직급 20% 보장 문제(경무관 이상 20%를 경찰대 출신이 아닌 간부로 채우겠다는 공약)도 결국 이 문제(출발선을 맞추는 문제)가 해결되면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찰대가 개혁대상으로 급부상하게 된 계기는 지난 23일 전국총경회의였다. 당시 회의에 직접 참석한 총경 56명 중 최소 40명(약 70%)이 경찰대 출신으로 파악되면서 정부가 경찰대를 반발의 진앙으로 지목했다는 분석이다.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울산지방경찰청)은 경찰대 4기, 30일로 예정됐다 철회된 전국 경찰회의를 주도한 김성종 경감(서울 광진경찰서)은 경찰대 14기다. 이 장관은 이 회의 전후 “특정 세력이 총경회의를 주도하고 있다”며 경찰대 출신 간부들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이어왔다.

‘경란(警亂)’ 조짐이 정점을 향하는 시점에서 이 장관이 경찰대 출신의 경위 채용 문제를 ‘공정’ 잣대로 비판한 것에 대해 경찰 안팎에선 경찰 내 ‘경찰대 vs 비경찰대’ 갈등 구도를 부각시키려는 시도로 보는 시선이 적잖다. 간부후보생 출신 한 간부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면 단합된 목소리가 나올 수 없게 된다”며 “‘경찰대 출신’이 문제라고 몰아세우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경찰국 신설 강행의 명분을 회복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순경 출신 초급 간부는 “경찰국 반대 움직임에 군불을 때기 시작한 건 경찰직장협의회(직협)다. 직협은 대다수가 일반 출신”이라며 “경찰대에 대한 불만은 많았지만, 정부 방침은 직협과 총경회의 주도한 분들을 갈라치기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설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 내부에 갈등을 일으켜 이이제이(以夷制夷)로 경찰을 장악하려는 검은 속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 발언은 일정한 효과를 보는 분위기다. 일단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될 듯한 조짐을 보이던 30일 전국현장팀장회의는 규모가 축소될 분위기다. 총경회의에 이어 초급(경위)·중급(경감) 간부가 참여하는 전국현장팀장회의를 최초 제안한 김성종 경감은 이날 오전 경찰 내부망에 자진 철회 의사를 밝혔다.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의 “일단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을 살펴달라”는 전날 메시지와 맞물려 동력이 약화되는 상황이다. 그런 사이 파출소장과 지구대장들의 회의 참여를 제안한 류근창(경감)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은 30일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초급 간부 “참석 인원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나서고 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시행령안은 8월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행안부 내 경찰 업무조직이 신설되는 것은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이후 31년 만이다. 뉴스1

경찰대 출신 승진 쿼터 제한 목소리도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내부 동요의 진정 여부가 향후 정부의 경찰대 개혁의 구체적 내용에 달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찰대 개혁은 윤석열 정부 이전부터 계속 제기돼 온 과제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경찰대 폐지를 공약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매년 경무관 승진 대상자의 20%를 일반 출신(순경 출신 등)으로 으로 채우겠다고 공약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체 경찰 13만2421명 중 경찰대 출신은 3249명으로 전체의 2.5% 수준이다. 그러나 일선 서장급인 총경 632명 중 경찰대 출신은 381명으로 60.3%였다. 일반 출신 초급 간부 경찰관은 “경찰대를 폐지한다고 해도 기존 경찰대 출신은 조직에 남아 있다”며 “일반 출신에 대해선 경감ㆍ경정, 간부후보생에 대해선 경정ㆍ총경ㆍ경무관 승진 쿼터만 보장한다고 해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들은 마뜩잖은 반응이다. 경찰대 출신의 중간 간부는 “논의가 경찰대 폐지론으로 흘러가면서 본질이 흐러졌다”며 “어린 연차의 경찰대 출신들 사이에선 ‘로스쿨 안 가고 버텨보려 했는데, 내년에라도 가야 하나’ 이런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당장 올해 말 총경·경무관 승진을 앞둔 경찰대 출신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행안부가 이날 인선 작업에 착수한 경찰국의 주요 보직에서도 경찰대 출신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초대 경찰국장으로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인 김순호(치안감) 경찰청 안보수사국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국장은 전남 광주 출신으로 1989년 경장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현직 치안감 34명 중 경찰대와 간부후보, 고시 특채를 제외한 유일한 비간부 출신이다.

위문희 moonbright@joongang.co.kr,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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