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문자' 초유의 사태..與, 권성동 책임론 삭히는 이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표현한 윤석열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불러온 파장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경위야 어찌됐든 언론에 메시지를 노출되게 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중대한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26일 언론 보도 뒤 사과문을 올렸던 권 대행은 이튿날인 27일 오전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사과했다. 권 대행은 “사적인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인해서 유출 공개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당원 및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그러면서도 “사적인 문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권 대행은 “사적인 문자가 본의 아니게 유출됐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선 확인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하기 때문”이라며 추가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이후 이날 모든 일정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도 관련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권 대행이 이틀에 걸쳐 사과했지만 여권에선 대통령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카메라에 포착된 초유의 사태를 놓고 권 대행에 대한 책임론이 쏟아졌다. “어떤 식으로든 권 대행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지난 8일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놓고 ‘징계 배경에 윤심(尹心)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던 차였는데, 텔레그램 메시지가 논란을 부추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메시지 공개 직후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징계에 관여했는지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조오섭 대변인)는 논평을 내놨다.
당내에서도 마찬가지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27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직무대행 자리는 굉장히 예민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는 자리인데 실수했다”며 “권 대행도 (이 대표의 발언들이) ‘내부총질’이라고 생각하는지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실수든 아니든 권 대행이 이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맞지 않느냐”(초선 의원)는 주장까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권 대행이 구설에 오른 게 이번 한번만이 아니란 점이다. 권 대행은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 우모씨를 둘러싸고 ‘사적 채용’ 논란이 커졌던 지난 15일 “장제원 의원에게 (내가) 압력을 가했다”거나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이더라” 등의 발언을 해서 청년층의 감정을 건드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권 대행은 또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합의를 했다가 여론의 반발로 번복한 일도 있다. 재선 의원은 “권 대행의 메시지가 삐끗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론 권 대행에 대해 부글거리고 있지만 이날 여권 인사들은 공개 비판을 자제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이 주도하는 공부 모임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적인) 문자를 공개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그걸 가지고 여기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소이부답(그저 웃기만 하고 답을 하지 않는다)”이라며 말을 아꼈다. 원내지도부도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문자 메시지며, 정치적인 확대해석은 부적절하다”(성일종 정책위의장)거나 “우발적으로 발생한 해프닝”(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이란 말로 논란 진화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여권으로선 어쩔 수 없는 대응 방식”이란 해석이 나온다. 권 대행이 직무대행에서 물러나면 조기 전당대회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위기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상황에서 권 대행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 여권 내부에 공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전날 권 대행에게 “우리 당도 잘 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한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게다가 권 대행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수록 메시지 발신자인 윤 대통령에 대한 당무 개입 논란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렇지만 이번 파문이 더 확산될 경우 당 내에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주장이 다시 불 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야권 일각에선 “권 대행이 의도적으로 메시지를 노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중징계 이후에도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시각이다. 민주당 소속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그런 지적(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을 이 대표에게 했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당 대표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이 대표 제거가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공동 작품이라는 게 사실로 확인됐다”며 공세를 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집권 여당 대표를 제거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서 직무대행에게 이런 문자를 보낼 정도로 대한민국이 한가한가”라며 “언제는 이 대표에 의지해 젊은이들에게 표를 구걸하다가 이제 ‘내부 총질한다’며 잘라내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미소를 보며 정치가 잔인하다고 한 번 더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20대 젊은 남성층들은 배신감을 느낄 만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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