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파문에 말아낀 尹 "생각 다른데 안 싸우는건 통합아냐"

권호 2022. 7. 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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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7일 “통합은 가치의 공유를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서로 생각이 완전히 다른 사람끼리 싸우지 않고 평화와 공존을 유지하는 그런 것을 통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생각이 완전히 다른 사람과 싸우지 않고 평화와 공존을 유지하는 건 통합이 아니라는 지론을 펼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평화롭게 지내면서도, 인류 보편적 가치가 확산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서 진정한 통합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생각이 완전히 다른 사람과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겉으로 잘 지내는 건 통합이 아니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자유ㆍ인권ㆍ법치ㆍ연대라는 보편적 가치가 통합의 밑거름”이라고 했는데, 다소 시끄러울망정 이런 가치들을 토대로 원칙을 지켜가며 섣부른 타협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공식 발언을 통해 통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지만,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출근길 도어스테핑(doorsteppingㆍ약식문답)은 민생회의 현장 일정으로 없었고, 오전 11시20분께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돌아오는 길에도 말을 아꼈다.

대신 대통령실은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이 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선 당무는 당과 지도부가 알아서 잘 꾸려나갈 일이고, 일일이 지침을 주거나 한 일은 없다”며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대통령을 모시고 회의도 하곤 했지만, 부정적인 뜻으로 언급하는 바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연한 기회에 노출된 문자 메시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건 조금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기자들과 최 수석 간의 주요 문답.

Q : 윤 대통령이 왜 내부 총질이란 말을 썼는지 직접 설명해야 오해가 풀리지 않겠나.
A :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를 촬영해 언론에 공개를 해서, 정치적인 쟁점으로 만들고 이슈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Q :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 권 대표를 격려하는 차원의 발언’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실과 논의를 한 건가.
A : “제가 권 대표와 통화하거나 소통한 적이 없다.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최근에 여러 가지로 당이 어려움을 겪었다가 직무대행을 맡아 애를 쓰고 있으니 격려하고 덕담하는 차원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닌가 짐작만 하고 있다.”

Q : 메시지에 강기훈이란 이름이 나왔는데 대통령실 직원으로 알려져 있다.
A : “강기훈이라는 이름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하고, 누구를 지칭한 건지도 분명치 않다. 다만, 대통령 비서실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근무를 하고 있다. 기획비서관실에서 비서관의 업무를 보좌하며 일정 관리 등을 한다. 정식 발령이 나지 않았고, 임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건과 관련해 대통령께 따로 보고드린 일은 없고,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히거나 하진 않았다”며 “대통령이 일일이 다 말씀하는 식이라면 국정과제를 수행하고 국사를 보살피는데 지장을 많이 받게 될 것으로,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와 접촉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직 거기까지 논의한 바는 없다”면서도 “당 대표까지 지내고 정치를 하신 분인데 전후 상황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하실 테고, 오해를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한길이 이끄는 국민통합위 공식 출범

김한길 위원장이 이끄는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가 이날 공식 출범했다. 김 위원장 외 기획(4명), 정치ㆍ지역(6명), 경제ㆍ계층(7명), 사회ㆍ문화(7명) 4개 분과의 24명이 국민통합 방안을 논의한다. 대선 때 정책 파트를 맡았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책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내가 꿈꾸는 나라’ 대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사법시험 동기인 최원식 전 의원, 김영우ㆍ이자스민ㆍ최명길ㆍ최재천 전 의원, 이정재 전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민전 경희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통합위 출범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난 김 위원장은 사면과 관련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통합위원들이 생각이 있다면 제게 말할 것이고, 이를 종합해 필요하다면 대통령에게 그 뜻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 갈등 상황에 대해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 할 답이 아니다”라고만 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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