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업그레이드" vs "순혈주의 독식"..'경란'에 타깃된 경찰대
“경대(경찰대) 출신 아니면 서러워서 살겠나.”
2010년 개봉한 범죄 스릴러 영화 ‘부당거래’에서 최철기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폭력2팀 반장(경감·황정민 분)의 대사다. 순경 출신인 그는 수사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경정 승진 심사에서 경찰대를 졸업한 박동진 반장(김원범 분)에게 밀린다.
물론 영화에선 경찰대 출신과 순경 출신 간 갈등을 지나치게 극화했지만, 계급별 직업 시작 경로를 놓고 보면 경찰대 출신이 승진에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6월 기준 경찰서장급(총경) 이상 간부(753명) 중 62.2%(468명)가 경찰대를 졸업했다. 비(非)경찰대 출신 총경 이상이 57.3%를 차지했던 2012년과 달라진 모습이다.
현직 경찰 고위직을 단순 비율로 계산하면, 경찰대 출신 100명 중 14명이 총경 이상이다. 하지만 순경이나 간부후보생, 특채 등 비(非)경찰대 출신은 1000명 중 2명꼴로 총경 이상 계급장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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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14%가 총경…비(非)경대는 0.2%
1981년 개교 당시 경찰대 경쟁률은 220.5대 1이었다. 4년간 학비가 전혀 들지 않는 데다, 군 복무 의무가 경찰 근무로 대체되기 때문이었다. 또 졸업 후 초급 간부인 경위로 임관한다는 장점 도 작용했다.
경찰대는 유능한 인재를 키워 경찰 조직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경찰에 대한 다소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대 출신 현직 경찰 간부는 “과거 관내 유흥업소에서 편의를 받거나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면서 돈을 받던 관행을 바꾸는 등 경찰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경찰대 출신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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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미지 쇄신” vs “주요 보직 독식”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경찰청 본청 계장급(경정) 이상 간부 가운데 61.1%가 경찰대 출신이었다. 서울경찰청(42.5%)·부산경찰청(36.7%) 역시 계장급 이상에서 경찰대 출신 비율이 높았다. 이에 대해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는 “경찰청 주류가 경찰대 출신인데, 이들이 직접 하위직 인사를 맡으니 차기 승진 가능성이 높은 보직에 경찰대 출신을 배치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이번에 정부가 경찰국으로 인사권을 이관하려고 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2005년 국정감사나 2018년 권력기관 개혁 방안 등에서도 종종 비슷한 이유로 경찰대 폐지론이 등장했다. 이에 경찰은 2018년 경찰대학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신입생 선발 인원을 축소(100명→50명)하고 편입생을 선발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경찰국을 신설을 반대하며 '총경 모임'을 제안한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도 경찰대 출신이다. 당시 이 모임에 참석한 56명의 총경급 인사 중 40여명이 경찰대 출신으로 알려진다.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를 제안한 김성종 광진경찰서 경감도 경찰대 14기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어느 조직이든 전체 인원의 3% 미만인 특정 집단이 고위직의 60% 이상을 독식한다면 해당 조직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대 위상과 성격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희철·이수민·나운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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