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놀란 폴란드 무기 3종 구매..K방산에 초대박 안겼다

김상진, 이철재 2022. 7. 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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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한국산 무기 구매에 사활을 걸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초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폴란드가 27일(현지시간)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자주포 등 구매 기본계약을 한국 방위산업체와 체결한 뒤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장관,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세바스찬 흐바워크 국영방산기업 PGZ 회장. 국방부 공동취재단


폴란드 국방부는 27일(현지시간)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한국산 무기 3종을 대거 사들이는 기본계약(Framework Agreement)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은 각 무기의 제조사인 현대로템(K2), 한화디펜스(K9), 한국항공우주산업(FA-50)과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이번 한국과 무기계약은 최근 몇 년간 방산 도입 중 최대 규모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지체 없이 폴란드군을 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폴란드 국방부는 27일(현지시간)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한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신년맞이 국방부 영상에서 육군 11사단 기갑수색대대의 K2 전차 기동훈련 장면. [사진 국방부]

폴란드 측은 구체적인 대수까지 확정했다. K2 전차는 180대를 선구매하고, 2026년부터 800대를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화 모델에는 ‘K2PL’이란 명칭이 붙는다.

'흑표'라는 별칭을 가진 K2는 화력·장갑·기동력 등에서 미군의 주력인 M1 에이브럼스 전차와 나란히 하는 정상급 전차로 평가받는다. 육군은 지난 2014년부터 실전 배치해 운용 중이다. 도하 능력을 갖춰 강이 많은 폴란드 지형에 적합하다는 분석도 있다.

단, 국산 엔진에 독일제 변속기를 쓰는 파워팩 문제가 계속 수출 걸림돌로 작용했다. 폴란드의 경우 독일의 수출 제한 대상국이 아니어서 수출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55㎜ 자주포인 K9 역시 48문을 한국에서 도입하고, 이후 600문을 추가로 현지 생산한다. 세계 방산시장에서 ‘명품 무기’로 호평받은 K9은 이미 노르웨이ㆍ핀란드ㆍ에스토니아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도입해 운용 중이다.

K9은 정확도 높은 속사로 유명하다. 최신형의 경우 1분 안에 9발까지 쏠 수 있다. 지난 2월엔 이집트와 200문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2000년 이후 전 세계 155㎜ 자주포 시장 장악률이 69%에 이른다.

폴란드도 지난 2014년 K9 차체를 120여대 수입하기로 했다. K9 차체에 영국(포탑)ㆍ독일(엔진)ㆍ미국(변속기) 업체의 주요 부품을 조합한 ‘AHS크라프’ 자주포를 양산하기 위해서였다.

K9 자주포 주요 성능과 제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FA-50 경공격기는 총 48대를 도입하는데, 내년 중 12대를 먼저 인도한다. FA-50이 유럽 시장에 수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FA-50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와 동체가 같다. 이 때문에 ‘미니 F-16’으로 불릴 만큼 이른바 ‘가성비’가 높다. 현재 필리핀과 이라크 공군이 운용 중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기체여서 항전 장비는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정밀 유도무기인 합동정밀직격탄(JDAM), AIM-9 '사이드와인더' 대공 미사일, AGM-65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 등을 장착한다.


방산 수출 사상 최대량


한국 방산 수출 사상 한꺼번에 이렇게 다양한 무기를 대량으로 수출한 건 전무하다. 하지만 폴란드는 이들 무기를 어떤 방식으로 어느 가격에 도입할지 밝히진 않았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계약과 관련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기본계약은 본 계약(MOA) 전 단계이지만, 법적 구속력을 갖췄다”며 “세부적인 사항은 폴란드 측과 계속 협상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지대공 요격미사일 천궁-Ⅱ 수출계약의 경우 35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4조2000억원) 규모로 단일 국산 무기 수출로는 사상 최대였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수출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번 폴란드 수출 금액은 UAE의 2배를 훌쩍 넘는 최소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 구매에 공을 들이는 건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크다. 폴란드는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에 많은 무기를 지원해왔다.

K9 차체로 만든 크라프 자주포만 해도 18문을 지원했고, 추가로 60문을 더 보낼 계획이란 현지 보도가 나왔다. 합산하면 폴란드가 보유한 크라프의 절반이 넘는다. 또 폴란드 육군의 주력 전차인 T-72의 상당수도 우크라이나에 넘겨준 상황이다.

6·25전쟁 7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24일 강원 화천군 내 포 사격장에서 육군 2군단 전반기 대화력전 FTX의 일환으로 열린 '6·25 상기 포병 포탄사격' 훈련에 참석한 2포병여단 태양대대 장병들이 K9 자주포 사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소련제 무기를 주로 썼던 폴란드의 무기 서방화도 한몫했다. 폴란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월 미국과 F-35A 스텔스 전투기 32대를 46억 달러(약 5조5000억원)에 구입하는 계약까지 맺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폴란드는 미국 무기를 수입하려 했으나 도입 단가는 물론 운영유지비가 많이 들고 후속 지원도 만족스럽지 못한 측면이 있다. 독일의 경우 역사적 관계가 껄끄럽고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며 “한국산 무기가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폴란드 수출은 지난 5월 29일 브와슈차크 장관이 방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는 국방부와 방사청을 방문해 “양국 간 실질적인 방산 협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후 실제 구매 발표까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이라크에 수출할 FA-50 경공격기의 배선 작업을 하고 있다. 동체 꼬리날개 상단에 이라크 국기가 보인다. [사진 KAI]

방산업계에선 폴란드가 다른 한국산 무기를 더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폴란드 군수 당국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21 보병전투차와 K808 차륜형 장갑차(백호), K239 다연장 로켓발사기(천무)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거론했다.

또 UAE 수출이 성사된 천궁-Ⅱ 방공 미사일에 대해서도 눈독을 들인다. 폴란드가 러시아 미사일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300㎞ 정도 떨어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는 이스칸데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배치된 상태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미국은 패트리엇 미사일 2개 포대를 폴란드에 급파했다.


"대러 관계 악화" 지적도


너무 많은 물량 때문에 일각에선 폴란드의 대금 지급 능력을 우려한다.

지난 2020년 기준 폴란드의 국방예산은 128억 달러(약 16조8000억원) 정도다. 그러나 지난 2월 관련법을 개정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인 국방비를 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폴란드 정부는 경제가 어려워져도 국방 예산에 영향이 안 가도록 국군 지원 펀드(PFR)를 따로 만들었다.

지난 2월 1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주력전차 사업의 동계시험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레나 기지에서 관계자들이 K2 전차의 사격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러시아와 관계 악화도 지적된다. 익명의 국책기관 연구원은 "러시아가 경제제재와 무기 지원 등을 빌미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대한 가스 공급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는 폴란드에 현시점에서 공격용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푸틴 정권에 나쁜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척당 3억 달러(약 3940억원)에 육박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쇄빙 LNG선 수주 등 다른 대러시아 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르샤바(폴란드)=국방부 공동취재단,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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