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듯 "국제우주정거장 떠나겠다"..우주에도 재앙 던진 러
러시아가 오는 2024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탈퇴하고 독자적인 우주 정거장 건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가한 대러 제재에 반기를 들며 조기 이탈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주 산업의 미·러 공조체계가 깨지면서 신(新)냉전 기류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 "2024년 이후 ISS 탈퇴"
26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신임사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ISS에서 2024년 이후 탈퇴한다는 계획이 이미 굳혀졌다”고 보고했다. 이어 “2024년은 러시아가 자체 우주정거장(ROSS) 건설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으로, 2028년까진 ROSS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좋다”고 답했다.
ISS 프로젝트는 미·러를 주축으로 유럽·일본 등 16개국이 참여한 국제 협력 사업이다. 1998년 11월 러시아가 ISS의 모듈인 자랴(Zarya)를 발사해 건설이 시작됐고 2011년 완공됐다. 2024년은 ISS 운용 계약 종료 시점이다.
지난 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ISS 퇴역 시기를 2024년에서 2030년으로 연장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다수 국가들도 동의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ISS 장비 노후화와 안전 위험 등을 이유로 탈퇴 의사를 밝혀왔다.
현재 러시아는 ISS가 지구 중력에 의해 추락하지 않고 궤도를 유지하게 하는 추진 제어 시스템을 맡고 있다. 러시아가 이탈할 경우 이 역할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물론, ISS에 포함된 러시아 모듈 처리 방법도 정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 없는 ISS 운영은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P "서방의 대러제재, 러 철수 앞당겨"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첨예해진 미·러 갈등, 서방의 대대적인 경제 제재가 러시아의 ISS 철수 시점을 앞당겼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개전 직후인 지난 2월25일 “미국과 동맹국의 대러 제재를 통해, 그동안 러시아가 수입한 첨단 기술 제품의 절반 이상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는 러시아의 군대 현대화에 타격을 주고, 우주 프로그램을 포함한 항공 우주 산업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제재를 철회해야 ISS 운영 연장에 대한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드미트리 로고진 전 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지난 2월28일 “500t 짜리 구조물인 ISS를 미국이나 유럽으로 추락시킬 수 있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제재가 지속되면 ISS 프로젝트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AP통신은 러시아의 ISS 이탈 결정이 ‘비용 문제’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미국 우주비행사들은 ISS로 이동할 때 1인당 최대 8600만 달러(약 1100억 원)를 지불하며 러시아 소유스호를 이용했다. 그러나 최근 테슬라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ISS로 유인 수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러시아가 수입원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美 "공식 발표 아니다" 선 그어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ISS 이탈 발언에 대해 공식 발표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나사의 ISS 책임자인 로빈 게이튼스는 러시아 항공우주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면서 “아직 공식적인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역시 “러시아가 미국에 ISS 철수 의도를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일각에선 러시아 탈퇴 이후 남은 국가들이 ISS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나사의 전직 우주비행사 테리 버츠는 “러시아의 철수는 분명한 재앙”이라면서도 “푸틴은 선을 넘었고 ISS는 신뢰할 수 없는 국가와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우주비행사인 스콧 켈리는 “러시아가 이탈 시점을 못 박지 않고 ‘2024년 이후’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은, 단지 엄포일 수 있다”면서 “러시아 역시 ISS 없인 유인 우주 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ISS에 남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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