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상점이 맥도날드의 4배.. 미국의 심각한 현실
[이준목 기자]
|
|
| ▲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 ⓒ tvN |
'잘못을 고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그 자유는 존재 가치가 없다.' 인도의 정치가 마하트마 간디가 남긴 격언이다. 그는 생전에 '비폭력주의'를 표방하며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끌었지만 과격분자에 의하여 총기 테러로 암살 당한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세계 최강국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선진국을 자부하던 미국은, 2022년 현재 '총기 사고' 문제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왜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총기 문제를 통제하지 못하는가. 7월 26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는 '지옥이 된 미국-왜 총기사건은 계속되나'라는 주제로 미국사 전문가인 김봉중 전남대학교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방송은 미국의 충격적인 실제 총기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뉴욕 지하철 총기 테러, 트럭검문 중 피격 당한 경찰, 텍사스 롭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등 영화보다 더 영화같고 잔혹한 실제 총격 사건들은 보는 이를 경악하게 했다. 2022년 현재 최근의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다.
계속되는 총기사고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제 미국에서 너무 많은 학교와 일상적인 공간이 킬링필드(대량학살현장) 혹은 배틀필드(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만큼은 흐지부지 끝내서는 안 된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아이들이 군인보다 더 많이 총에 맞아 죽고 있다. 세상에 얼마나 더 많은 학살을 받아들여야 하나"면서 총기규제의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미국인 타일러 러쉬는 "충격적인데 놀랍지 않은 충격"이라는 표현을 쓰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큼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흔하게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의미였다. 크리스 존슨은 "미국인들이 충격적인 사건에 둔감해진 게 더 슬프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수많은 총기사고 중에서도 텍사스 롭 초등학교 사건은 미국이 오랫동안 갖고 있던 시한폭탄이 터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격범 살바도르 라모스는 18세 고등학생으로 총 두 자루와 375발의 탄환을 가지고 학교에 난입하여 한 시간 가까이 총을 난사하며 교사와 학생들을 학살했다. 라모스는 해당 학교나 학생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물로 알려지며 미국민들을 더욱 충격에 빠졌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죽어가는 충격적인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아이들은 더 이상 학교가 안전한 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트라우마에 빠졌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총기난사가 아니라 인질 사건으로 오판하며 교실 밖에서 무려 77분이나 대기하는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 뒤늦게 상황을 판단한 경찰이 진압에 나서서 라모스를 사살했지만, 이미 무고하게 살해 당한 21명의 목숨은 되돌릴 수 없었다.
경찰조사 결과 라모스는 범행 3일 전에 SNS에 범행에 사용했던 AR-15 소총을 게시한 것이 드러났다. AR-15는 군용화기와 가까우면서도 미국에서 민간인들이 보유할 수 있는 총기로 400만 정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 10년간 이 총기를 이용한 사고로만 사망자 약 160여 명, 부상자 590여 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
|
| ▲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 ⓒ tvN |
미국에서는 왜 유독 대규모 총기 사건이 많이 일어날까.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1999년 콜로라도 리틀턴의 콜럼바인 고교 총기 사건은 지금도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사건으로 13명이 총격에 의하여 사망했고 21명이 부상을 입었다.
범인은 놀랍게도 해당 고교의 학생이었던 미성년자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였다. 이들은 현장에서 자살했고 사건을 수사한 FBI는 이들이 정신질환과 우울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성년자가 총기에 노출되었을 때 얼마나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장면이다.
미국은 18세~21세부터 총기구매가 가능하다. 평범한 일반 학생들이 총기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구매가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콜럼바인 사건 이후로도 총기 사건이 계속되었고 비슷한 모방범죄가 속출하기도 했다. 범인들은 해당 학교의 학생이었거나 대량살상을 저지르기 전에 동영상을 남겨 자신의 범죄를 과시하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이은 총기사건으로 미국에서 총기구매 연령대를 높이자는 여론이 확산됐다.
미국의 총기구매상점은 약 5만 2천 개로 맥도날드(1만 3천 개) 매장의 약 4배에 이른다. 미국의 총기구매 방식은 지역마다 절차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형마트나 중고품 시장에서 손쉬운 구매가 가능했다. 신원조회와 총기 등록 절차를 거치는 합법적인 구매방식 외에도 각종 불법거래가 만연했다. 또한 온라인에는 총기부품을 따로 구입해 불법제작하여 추적이 불가능한 조립식 '유령총(고스트 건)'이 만연하여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3D프린터를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총을 자체 제작하는 것도 가능한 시대가 됐다.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불법적인 고스트건의 심각성을 언급하여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
| ▲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 ⓒ tvN |
미국의 총기 역사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17세기 유럽에서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주해온 개척자들은 원주민과 야생동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총은 필수적인 물품이었고 당시 영국 정부는 총기 소지를 허용했다. 또한 미국은 독립전쟁을 거치며 민병대가 영국 정규군에 맞서 승리를 거두며 독립을 쟁취하는 경험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국가(당시는 영국)의 횡포를 막고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총을 '자유의 상징'으로 여기게 됐다. 1791년 국민의 무기 소지를 합법화한 미국 '수정헌법 2조'는 '시민의 무기소유와 휴대권리'와 '민병대를 꾸릴 권리' 사이에서 해석이 분분한 조항으로 지금도 미국의 총기규제 도입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남북전쟁과 서부개척시대를 거치면서 총기의 성능 향상과 확산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가정마다 총기 보급이 보편화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총은 필수라는 독특한 문화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1929년 마피아들의 세력다툼으로 벌어진 성 발렌타인데이 대학살을 비롯하여, 1963년 존F 케네디 대통령 암살, 1968년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암살 사건, 1981년 레이건 대통령 암살 미수, 1991년 텍사스 킬린 대학살 등은 무제한적 총기 보유의 위험성을 미국인들에게 서서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민간인들의 손쉬운 총기 구매와 보유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깨달은 미국 사회는 1934년 최초의 연방 총기법을 만든 것을 시작하여 시한부였지만 1993년 '권총폭력예방법(브래디법)', '공격용 무기 판매금지법(2004년 폐지)' 등을 시도하며 조금씩 규제의 필요성에 눈을 뜨게 됐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총기규제가 어려운 또다른 이유는 연방과 각 주 정부간의 규제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총기법은 구매, 소유, 소지를 구분하고 있는데, 총기 소유가 느슨한 알래스카나 아이오와이주 등에서는 연방법률 외에 총기 소유에 제한이 없거나, 심지어 14세 이상의 청소년도 총기 소유가 가능한 지역도 있다.1976년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새로운 총기소유를 금지하고 등록을 의무화하는 한층 강력한 총기규제법을 도입했으나, 수정헌법 2조를 위반한다는 반대자들의 소송에 직면했다. 당시 연방 대법원은 결국 총을 규제하는 것보다 소유할 권리가 먼저라는 판결을 내리며 총기규제법이 위헌이라는 판정을 받고 말았다.
|
|
| ▲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 ⓒ tvN |
연이은 총격사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총기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한 여론조사에는 약 80% 이상의 미국인들이 개인 총기의 소유 금지에 대하여 반대하는 '친총(총기소유 지지자)'으로 드러났다. 많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총기가 있어서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한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2016년 조지아주의 한 가정에서는 무장강도 3명에 맞서 주인 여성이 총기로 대적하여 강도를 몰아낸 사례도 있었다.
2019년 FBI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5초마다 절도, 22초마다 강도, 강간, 살인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건 발생시 경찰의 출동시간은 7분에서 14분이다. 친총을 주장하는 이들은 자기방어를 위하여 총을 소유해야 안전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자기방어 못지 않게 오발로 인한 사건사고도 빈번하다. 미국에서는 최근 가정 내 총기를 아이들이 다루다가 오발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2022년 3월 28일 미국 미주리주의 한 가정에서는 SNS라이브를 하던 아이들이 오발사고로 사촌오빠와 12세 소녀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장면이 생중계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2021년에만 약 377건의 어린이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총기 규제를 어렵게 만드는 또다른 걸림돌은 NRA(미국 총기협회)다. 1871년 설립되어 총기 규제를 저지하여 총기 소지자-사업자의 권익을 도모하기 위한 로비단체인 NRA는 미국 사회와 정계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 NRA는 '내 총을 뺏으려면 나를 먼저 죽여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돈을 이용하여 사회와 정치 각 분야에 걸쳐 총기규제를 반대하는 로비를 진행한다. 미국의 NRA 회원은 무려 500여 만에 이르며 유명인 중에는 브래드 피트, 조니 뎁,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하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있다. NRA의 막대한 수입은 대부분의 총기 관련 기업들의 기부와 후원금으로 이루어진다.
심지어 NRA는 미국 대선의 킹메이커라고도 불린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W부시, 트럼프 등은 모두 대선 과정에서 NRA의 막대한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총기규제에는 소극적이었다. NRA는 미국 국회의원들도 총기 정책에 대한 우호도를 평가하여 등급을 매기고 로비지원 수준을 차등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총기 정책에 우호적인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
2016년 6월 무려 49명이 사망한 플로리다 올랜도 클럽 총기난사사건 이후 데일리뉴스는 '고맙다, NRA, 공격소총 금지에 대한 너희의 반대 덕분에 미치광이 테러리스트들이 합법적으로 인간 살상기계를 구매해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를 저지를 수 있다'며 반어법으로 NRA의 영향력을 비판하기도 했다.
2017년 라스베가스 총기 테러 사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병원을 직접 방문했으나 총기규제법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트럼프는 2022년 텍사스 롭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에는 불과 이틀 후 같은 지역인 텍사스에서 개최된 NRA 연례총회에 전 대통령 신분으로 참석하여 "총을 든 나쁜 자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총을 든 착한 자"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총기규제 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수정헌법 2조는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이지 않다"며 총기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2022년 6월 25, 미국 최초로 상하원에서 모두 30여 년 만에 총기규제 강화에 대한 새 법안이 통과되며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 서명을 했다. 새롭게 도입된 초당적 총기안전 법안에는 18~21세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 강화, 법원이 지목한 위험인물에 대하여 일시적으로 총기를 압수할 수 있는 레드플래그 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불과 새 총기법에 제정된 지 9일 만에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미국 전역에서는 또다시 총기사고들이 속출했다. 이는 총기 규제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부호를 남겼다. 그리고 총기 규제에 대한 갈등은 지금도 미국 사회를 심각하게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개인이 총기를 소유하고 보호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국가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이 총기로 인한 부당한 폭력과 위협에 희생당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 총기사고가 흔하지 않은 우리 나라에서는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총기를 '기득권'이나 '관행'이라는 단어로 교환하면 그리 멀리있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부당한 현실에 맞서 세상을 바꾸는 일은 멀고 험하지만, 그럴수록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연대해서 희망을 갖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마블의 위기 속 MCU 전략, 이번엔 통할까
- '코미디 황제'의 영화, 세계무대서 안 통한 이유
- 피아노 두고 만난 러시아-우크라... "예상치 못한 얘기에 놀라"
- "1인 2역에 끌렸다" 지성의 연기 변신은 어디까지
- 8년 만에 돌아온 니콜... "카라 15주년 컴백도 기획 중"
- "이제 다른 얘기 해야 할 때" 강형욱의 솔루션이 달라졌다
- '최강야구' 위기에서 구한 정근우+유희관 맹활약
- "라이브 자신 있어요" 이 걸그룹의 돋보이는 '실력 자부심'
- "개구리 소년, 사격장 주변 수색 배제 아쉬움 커"
- "힐링 제대로 해드릴 것" 캠핑장 사장 된 박성웅·신승환·홍종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