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로 지갑닫는 美소비자들..코카콜라·맥도날드 줄인상

김서원 2022. 7. 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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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해 대형 소비재 기업들이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미국의 가계 구매력이 한계에 달한 와중에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도브 비누 등을 판매하는 생활용품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반적인 제품 가격을 전년 동기 대비 11.2% 올렸다"고 밝혔다. 유니레버 측은 "제품 판매량 자체는 2% 감소했으나, 가격 인상으로 실적 선방했다"며 추가 가격 인상도 시사했다.

코카콜라도 제품 가격을 약 5% 인상한 덕분에 2분기 매출이 전망치를 상회했다고 발표했다. 맥도날드는 "전략적으로 일부 메뉴 가격을 올린 결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을 거뒀다"고 밝혔다.

기저귀와 화장지 브랜드를 보유한 킴벌리클라크도 순판매 가격을 9% 인상했다. 부리토 체인 치폴레 맥시칸 그릴은 가격 인상으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면서 다음 달에도 재차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은 이날 유럽 주요국에 대한 프라임 회원 구독료 인상을 발표했다. 아마존 측은 "인플레이션과 운영 비용의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소비자들이 아직 가격 인상을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존 머피 코카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WSJ에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레버의 앨런 조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시장에 앞서 가격을 정한다"며 "한시적으로 한 자릿수 정도의 판매량 감소와 경쟁력 저하를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WSJ은 "이미 지난달 가계의 소비 지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추가 가격 인상으로) 소비 불씨가 꺼질 조짐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7월 미국 소비자 신뢰도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가계가 돈을 쓰지 않으며 3분기 이후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9.1% 오르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료품의 경우 12.2% 대폭 상승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업계는 이미 가계의 소비 패턴이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 값비싼 물건에는 돈을 쓰지 않으면서, 필수재마저 저가 상품 구매로 옮겨가는 분위기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맥도날드의 경우,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저렴한 메뉴로 갈아타기 시작했다면서 저가 전략 메뉴를 확대 판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월마트는 "물가 상승으로 필수재 이외에는 지갑을 닫으면서 올해 영업이익은 11~13%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니레버의 조프 CEO는 "우리는 경제성장이 더딘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퀀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아직 우리 제품 구매는 줄이지 않고 있지만, 전형적인 경기침체 패턴은 처음에 자동차 등 고가 품목 구매부터 멈추는 것"이라며 "그다음 저가 품목 소비도 줄이는 것인데, 일부 국가에서 이런 경향이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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