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시험지 '해킹'한 고교생들, '커닝페이퍼'로 발각

김용현 2022. 7. 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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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동고 2학년 학생 2명이 한밤중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들의 노트북을 해킹해 1학기 내내 시험지와 답안지 등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CCTV 등 보안시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들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건 시험을 옆에서 치른 같은 반 학생이었다.

2학년 동급생인 A군과 B군은 지난 1월 교사 노트북에서 시험문제와 답을 빼낼 생각을 했다.

이들이 교무실에 수시로 침입하는 동안 학교 보안 시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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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무실 침입해 교사 노트북에 악성코드 설치..빗나간 성취욕
국민일보DB

광주 대동고 2학년 학생 2명이 한밤중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들의 노트북을 해킹해 1학기 내내 시험지와 답안지 등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CCTV 등 보안시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들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건 시험을 옆에서 치른 같은 반 학생이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7일 광주 대동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 일부를 공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2학년 동급생인 A군과 B군은 지난 1월 교사 노트북에서 시험문제와 답을 빼낼 생각을 했다. 교사 노트북 화면을 주기적으로 갈무리(캡처)해서 저장하는 악성코드를 설치하기로 공모하면서다. 프로그래밍에 능했던 A군은 학교에서 배운 코딩과 인터넷에 배운 해킹 수법으로 악성코드를 만들어냈다.

26일 오후 광주 서구 대동고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학기 기말고사 답안지를 유출한 혐의로 대동고 2학년 학생 2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


이들은 야간에도 열려있었던 교정 창문을 통해서 2층과 4층 교무실에 수차례 잠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악성코드를 직접 설치한 다음 다시 이 악성코드로 얻은 시험지와 답안지를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2층 교무실은 지상에서 배수관을 타고 올랐고, 4층은 난간을 이용해 열려있는 창문으로 손쉽게 잠입했다.

각 교사의 노트북은 모두 비밀번호가 걸려있었지만, A군은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수법으로 노트북 비밀번호를 간단하게 풀어버렸다. 학사일정도 모두 노출돼 A군과 B군은 교사들이 시험문제 제출 마감 시기를 정확히 미리 알고, 시험 출제 기한 전 악성코드를 심었고 출제가 끝나면 파일을 수거해갔다.

이들이 교무실에 수시로 침입하는 동안 학교 보안 시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CCTV는 교무실을 비추고 있지 않았고, 사설 보안업체 경보시설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야간에 상주하는 경비인력도 이들의 침입을 알아채지 못했다.

26일 오후 시험지 유출이 있었던 광주 서구 대동고의 모습. 연합뉴스

치밀했던 이들의 범행은 결국 허술하게 시험을 치르다가 적발됐다. 유출할 시험문제의 답을 다 외우지 못한 B군이 정답을 쪽지에 몰래 적어가 시험을 치르고 쓰레기통에 답이 적힌 쪽지를 찢어 버렸다가 이를 본 같은 반 친구의 의심을 받아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이들은 곧 퇴학 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 교육청에 따르면 대동고는 조만간 학생 생활 규정에 따라 생활교육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생들에 대한 퇴학, 전학 등 징계를 결정한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범죄행위가 심각해 퇴학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해당 학생이 학교 징계에 불복해 시 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하는 절차가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범행을 함께 저지른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가 있어 성적을 올리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퇴학이 결정되면 해당 학생들은 최종 학력이 중졸이 되고, 대학에 진학하려면 고졸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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